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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 “당심이 명심, 명심이 민심” 국회의장 자격 있나

민주당 오늘 의장 후보 선출하지만
‘친명’ 교통정리에 ‘명심’ 충성 구태
늦기 전에 비정상적 정치 바로잡아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한다. 하지만 후보들이 경선 막판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경선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사실상 ‘친명 낙점’ 선거로 치러진 것부터 비정상적인데, 거기에 대해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충성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추미애 후보가 보여준 언행은 이번 경선이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뽑는 선거인지, 국회의 대표를 뽑는 것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였다.

추 후보는 그제 방송에 나와 ‘추미애 추대론이 명심이라는 얘기가 많다’는 질문에 “당심이 명심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고 받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 국회로 힘을 모으는 게 당심을 받드는 것이고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자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를 아우르며 중립적 위치에서 국회 운영을 해야 하는 게 국회의장 역할인데, 추 후보 말은 특정당의 입장과 특정 대권주자의 마음을 받드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뜻 아닌가. ‘당심이 명심’이라는 말도 지금 민주당에 명심말고는 어떤 것도 발붙일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명심이 곧 민심’이란 주장 역시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차기 의장 후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추 후보와 경쟁하는 우원식 후보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는 15일 유튜브에서 “이 대표가 ‘국회는 한편으론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다, 열심히 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추 후보가 “이 대표가 나한테만 ‘잘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줬다”고 얘기하자 우 의원 본인도 명심을 얻었다고 소개한 것이다. 이렇듯 온통 명심 얻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후보들인데, 취임해서도 명심에 포로로 잡힌 의장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 당의 모습이 얼마나 해괴한지는 내부의 쓴소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상호 의원은 “중진 의원들이 중간에 그만두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2위를 당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의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조정식·정성호 후보가 명심에 따라 그만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조 후보는 추 후보로 단일화를 하겠다고 선언하고선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게시판에다 “잼마을 여러분,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의 마중물이 되고자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썼다. 추 후보를 옹호해온 이 대표 지지층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의장이 선출된들 국민들은 기대감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더 앞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이런 비정상적인 정치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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