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능수버들” 서울대 연못 지키던 60세 나무 벌목

수명 다하면서 뿌리 근처까지 썩어
교내 식물병원 조치에도 회생 못해
학생들 “정 들었는데…” 작별인사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자하연에 있는 능수버들 앞에서 ‘굿바이 능수버들’ 행사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하연으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자하연 근처에 들어선 능수버들이 벌목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다.

과거 이곳에서 거리공연을 했던 관현악과 변미솔(22)씨도 자하연을 다시 찾았다. 변씨는 “벚꽃이 만개했던 봄과 풀빛이 예뻤던 여름에 이곳에서 플루트 연주를 했다”며 “바람이 불 때 버들이 흔들리는 자연의 소리가 악기와 어우러져서 더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자하연 능수버들이 다음 달 벌목을 앞두고 있다. 올해 60살인 능수버들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조성 초기인 1975년 자하연 근처에 식재됐다. 약 50년간 자하연을 지키던 능수버들은 수명이 다하면서 수년 전부터 내부 부패가 시작됐다. 나무 안쪽이 텅 비게 되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수명을 늘리고자 서울대 식물병원에서 지지대 설치 등의 노력을 했지만 지난해 뿌리 근처가 썩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주형(42) 서울대 캠퍼스관리과 직원은 “나무위험도 평가에서 능수버들이 태풍이 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태풍이 오기 전인 6월엔 벌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13~14일 자하연 앞에서 ‘굿바이 능수버들’ 행사를 진행했다. 13일 찾은 행사장 한쪽에는 능수버들의 후계목도 볼 수 있었다. 로스쿨 동기와 함께 능수버들 앞에서 사진을 찍은 김성진(28)씨는 “2015년부터 학교를 오가며 능수버들에 정이 많이 들었다”며 “후계목이 자리를 잡으면 몇 년 후 동기들과 다시 찾아와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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