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약 지연에 ‘희망 고문’ 전락… 공공 사전청약도 결국 폐지

부동산 하락기 착공조차 쉽지 않아
이사 준비 차질에 실분양가도 상승
정부, 당첨자들 임시 주거 안내 방침

2021년 7월 부활한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가 2년10개월 만에 폐지된다. 국토교통부는 사전청약 당시 약속한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에 제도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최근 사전청약을 받은 서울 송파구 위례 뉴:홈(공공분양주택) 홍보관 모습. 연합뉴스

주택 매매 수요 분산을 위해 도입된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 제도가 전격적으로 폐지된다. 본청약 시기가 기존 계획보다 수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제도가 도입된 지 2년10개월 만에 민간과 공공의 사전청약이 모두 중단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정부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전청약 제도 자체를 폐지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긍정적 효과보다 예정 시점보다 40개월이 지나 본청약을 하는 등 사전청약 당첨자의 피해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도 다시 시행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청약보다 2~3년 앞서 시행되는 사전청약은 2021년 7월 수요 분산을 위해 도입됐다. 통상 주택 착공 시기에 맞춰 청약을 진행하는데 사전청약은 건설 준비 단계에서 진행된다. 건설사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받아 건설 비용을 조달할 수 있고, 당첨자들은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은 부동산 상승기에만 나타난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착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본청약이 미뤄지는 경우가 잦다. 올해 9~10월 본청약 예정이던 사전청약 단지 8곳 중 7곳은 지연이 예상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5667가구의 본청약이 지연될 전망이다.


착공 지연은 사전청약 당첨자의 입주 지연으로 이어진다. 사전청약 당첨 당시 공지된 본청약 시기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던 당첨자들은 갑작스레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야 한다. 심지어 지연 사실이 본청약 1~2개월 전 갑작스레 공지되는 경우도 잦아 당첨자들을 ‘희망 고문’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연 기간 발생하는 분양가 상승도 당첨자에게는 부담이다. 2021~2022년 사전청약 재도입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당첨 당시 추정 분양가보다 실분양가가 크게 상승했다. 공공주택의 경우 상한이 정해져 있어 실제 공사비 상승분 전부를 당첨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구해야 한다.

이 같은 단점은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에서 이미 확인됐다. 정부는 당시에도 수요 분산을 위해 사전예약제를 도입했지만 실질적 효과를 내지 못했고 제도는 사라졌다. 이후 2021년 ‘패닉바잉’이 본격화하자 사전청약이 부활했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됐고 정부는 15년 만에 제도적 한계를 인정했다.

사전청약이 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된 사전청약 물량은 5만2000가구로 99개 단지다. 이 가운데 13개 단지(6915가구)만이 본청약을 마쳤다. 그중에서도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1개 단지(825가구)에 불과하다. 본청약 지연 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의 절반은 본청약 계약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본청약 지연으로 주거 계획에 차질이 생긴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임시 주거를 안내할 예정이다. 본청약이 시행되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 중 6개월 이상 본청약이 지연되는 경우 LH는 계약금 비율을 5%로 낮춰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낸다. 지연 사업단지의 중도금 집단대출도 지원한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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