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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반복도 번복도 없는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때때로 나는 다 지나가게 될 거라는 시간의 강력한 힘에 의지해 들뜨는 감정을 차분히 달랬고 어려운 상황에 유연해지려 했다. 짧고 명료한 이 문장은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의 가슴 깊은 곳에 닿아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말 속에는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다는 불변의 법칙이 포함되어 있다.

흰 포말을 일으키는 한 번의 파도처럼,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오는 한 번의 바람처럼 지나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살아온 인생이다. 삶은 지나가는 순간들의 연속이기에 인생에는 반복도 번복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따금 과거의 어느 한 장면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한다. 인생의 흉터로 남은 어느 시절이거나 뒤늦게 깨달은 너무 귀했던 어느 시절을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가 철길 위에서 절규하며 외치는 대사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픈 시절이 내게도 있다. 그건 적당히 남는 아쉬움과 미련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랐던 간절함이었다. 1분 남짓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밤이면 덮고 있던 이불을 돌돌 말아 몸을 작게 웅크렸다. 그러나 가슴 저미는 아픔은 흘러가는 시간처럼 고이 지나가지 않았다.

말로 모건은 ‘무탄트 메시지’에서 삶을 돌이켜보면 때로는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어떤 차원에서 보면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행동이었고, 언젠가는 그것이 뒷걸음질이 아니라 앞으로 내디딘 발걸음이었음이 밝혀질 거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했어도 인생의 여러 장면에 후회가 남을 수 있다. 시간을 되돌려 지나간 삶을 수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고 뉘우칠 때 오늘의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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