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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대표·국회의장·원내대표 ‘찐명’ 수직계열화할 텐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추미애 당선인을 사실상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장 자리에 도전했던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이 그제 불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같은 날 또 다른 친명계인 조정식 의원은 추 당선인과 회동한 뒤 그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나마 계파색이 옅은 우원식 의원이 아직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16일 치러지는 국회의장 경선에서 친명계가 낙점한 추 당선인이 승리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의 국회의장은 다선 의원이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어 하는 자리다. 대내외 위상이 높고, 입법에 있어서도 막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일수록 적임자를 찾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야 하지만, 4파전이던 경쟁 구도를 누군가의 의중대로 억지로 ‘교통정리’해 특정인을 낙점하는 모양새는 후진적 정치의 단면이다. 게다가 그 낙점이란 게 누가 제일 ‘찐명’(진짜 이재명계)이고, 여권에 얼마나 강경한 태도로 국회를 운영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기준에 딱 들어맞는 이가 바로 추 당선인이라 벌써부터 당 주변에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강성 찐명계 인사로 채워질 태세고,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의 연임 추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를 연임한 건 24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지막일 정도로 유례 드문 일인데도, 이 대표 측근들은 연일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을 외치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의장이 되고, 이 대표가 연임하게 되면 당대표-국회의장-원내대표까지 ‘찐명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다양성을 갖춰야 할 정당과 중립이 요구되는 국회직을 강경 일변도의 특정 세력이 독차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또 실제 그렇게 될 경우 여야 관계와 국회 운영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흐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이런 비판과 우려를 결코 흘려듣지 말고 타당한 인사와 합리적인 국회 운영으로 원내 제1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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