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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를 상대로 한 의료계의 가당찮은 여론전

김종일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정부답변 검증 결과 요약 발표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서울고등법원이 심리 중인 가운데 13일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이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정부가 내세운 각종 자료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의료계는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 대한 해석을 덧붙여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법원이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으로 사법부를 상대로 ‘장외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정부 자료를 공개하면서 “2000명은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누군가가 결정한 숫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이 근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장외에서 재판과 관련되는 내용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이 예정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은 데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박 차관은 또 “그렇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만약에 인용 결정이 난다면 즉시 항고해서 대법원 판결을 신속하게 구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주장의 신빙성도 의심스럽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법원 판단의 척도가 될 자료를 공개하고, 그 자료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을 확정된 사실인양 주장한 대목이다. 법원에 판단을 요청했다면 재판부에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거나 법정에서 논리를 펼치면 될 일인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엄밀한 검증과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할 내용에 대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왜곡된 해석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법원이 집행정지 요청을 인용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덧붙여 행정 집행에 대한 최종 결정을 사법부가 판단하는 게 맞는지도 우리 사회가 숙고할 문제다. 정부 행정과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묻고 그 과정을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가당찮은 여론전을 펼치려는 이들로 인해 행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논란으로 사회적 혼란만 야기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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