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월 약값 1000만원… 담도암 환자들 ‘눈물의 치료’

건보 비급여 면역 항암제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도암 생존율을 크게 개선해 주는 면역 항암 신약이 국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고충이 크다. 어도비 스톡

평균 7개월 생존, 사망률 세계 1위
신약 덕분에 생존 기간 늘었지만
경제적 부담 가중돼 시름 깊어
전문가 “급여화, 신속 논의 필요”

60대 남성 A씨는 평균 생존 기간이 7개월에 그치는 말기 담도암을 진단받았지만, 2년 전 국내 도입된 면역 항암제를 쓴 덕분에 3년 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근심은 여전하다. 암이 더 커지지 않으려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데, A씨가 사용하는 면역 항암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실손보험 한도까지 모두 소진한 후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고 있는 A씨는 치료를 포기해야 할지를 고심 중이다. 국가 암 검진 사업, 치료제 개발 등으로 암은 불치병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 기간이 암담한 암도 존재한다. 생존 기간 평균 7개월, 10년간 불과 2%의 생존율 개선을 보인 담도암이 그렇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소화액인 담즙(쓸개즙)이 십이지장까지 이동하는 통로(담도)와 담즙 보관 주머니(담낭)에 생긴 암을 포함한다. 담도는 얇은 나뭇가지 모양으로 간과 십이지장에 뻗어 있어 암 전이가 잘 되는 편이다. 게다가 초기에는 암을 의심할만한 특이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소화불량, 황달 등이 대표 증상이지만, 담도암에 국한된 것이 아닌 데다 이들 증상마저 암이 오랜 기간 진행된 이후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 담도암 사망률 세계 1위

이렇다 보니 담도암 환자 10명 가운데 7~8명은 절제가 힘들거나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수술 가능한 단계에서 진단되더라도 재발률이 60~70%로 높은 편이다. 절제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는 평균 7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등 예후가 매우 나쁘다.

전 세계 담도암 유병률 분석 자료(국제암연구소 22개국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담도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9명으로 세계 2위, 사망률(세계보건기구 38개국 비교)은 10만명 당 11.64명으로 세계 1위에 해당했다. 소득 수준이 비슷한 서양 국가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담도암 발생률은 전체 암 중 9위로 높지만, 5년 생존율은 2010년 26.9%에서 2021년 28.9%로 10년간 단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10%포인트 가까이 생존율이 올라간 위암, 식도암 등 다른 소화기암과 비교해 개선이 매우 더디다.

담도암의 치료 성적이 탐탁지 않은 데는 제한적인 치료 옵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담도암의 1차 표준 치료법은 12년 전 등재된 화학 항암제뿐이었다. 그간 여러 항암제가 열악한 담도암 생존율 개선에 도전했지만 모두 기존 표준 치료를 뛰어넘는 데 실패했다.

암담했던 담도암의 예후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은 한국 의료진이 주도한 면역 항암제 ‘더발루맙(상품명 임핀지)’의 글로벌 임상시험 덕분이었다. 이 항암 신약은 기존 표준 요법(화학 항암제만 사용) 대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3상 임상시험에서 2년 시점 전체 생존율을 배 이상 끌어올렸고 최근 발표된 600명 대상 3상 확장 연구에선 치료 3년 시점에도 전체 생존율 차이가 여전히 배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도암 환자들도 장기 생존의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무진행 생존율’도 기존 표준 치료 대비 25% 개선되는 등 주요 지표 모두에서 담도암 면역 항암제 가운데 유일하게 유의미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

홍정용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3일 “더발루맙이 담도암 치료제 중 최초로 3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치료 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면역 항암제의 이점이 작용했던 것”이라며 “치료 효과가 확인된 이후부터는 화학 항암제와 병용 없이 면역 항암제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어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담도암의 면역 항암치료는 더발루맙과 화학 항암제 병용 요법을 3주 간격으로 8차례 기본 시행하고 이후부턴 4주 간격으로 더발루맙 단독으로 쓸 수 있다. 화학 항암제는 독성 때문에 구토나 체중 감소, 탈모 등의 부작용이 따르지만 면역 항암제는 이런 부작용이 덜 하다. 홍 교수는 “실제 더발루맙 치료 환자들은 단독 요법을 할 때 화학 항암제 병용 치료 과정에서 줄었던 체중과 체력을 회복하는 등 보다 건강한 상태에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60대 이상 고령층이 90% 가까이 차지하는 담도암 환자들에게 면역 항암제는 고통스러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인 셈이다.

약값 부담 큰데 급여화 논의 지지부진

문제는 이 면역 항암제에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자들이 매달 약 1000만원의 약값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A씨처럼 실비 보험이 있으면 부담이 다소 줄어들지만 보험마저 없는 이들은 연간 1억원 넘는 치료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더발루맙은 2022년 11월 담도암 1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급여화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담도암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해외에서는 신속히 급여화가 이뤄졌다. 영국은 담도암 사망률(10만명 당 3.19명)이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담도암의 열악한 치료 환경과 더발루맙의 장기 생존 효과를 인정해 허가 11개월 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홍 교수는 “담도암처럼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폐암은 10년간 10개 이상의 항암제가 급여 적용되면서 생존율이 15%포인트 향상됐다. 반면 담도암은 12년 전 급여 등재된 화학 항암제 이후 단 한 개의 신약도 급여가 이뤄진 사례가 없다”고 했다. 더발루맙은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 폐암 치료에도 쓰이고 있는데, 급여가 되고 있다.

홍 교수는 “담도암이 전 세계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국내의 취약한 치료 환경과 면역 항암제의 치료율 개선 효과를 인정해 급여화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