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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기업 강탈당하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텐가

연합뉴스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내린 행정지도가 착착 진척되는 모양새다. 엊그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라인야후 결산 설명회에서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협력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등 이사회도 모두 일본 이사들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50대 50으로 동등하게 소유한 라인야후의 모회사 지분 매각 협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51만명의 라인 고객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지분 정리까지 요구한 건 이례적이고 초법적인 횡포다. 일본 최대 통신기업 NTT니시일본의 928만명의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선 재발방치책 수용에 그친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의문시된다. 2021년 페이스북 해킹으로 5억명의 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어떤 제재를 가한 적이 없었던 점으로 볼 때 한국 기업 강탈 의도로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된다. 더욱이 13년 전 메신저 불모지인 일본에서 인프라를 구축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성과를 이룬 네이버가 팽당할 처지에 놓인 걸 납득하는 한국민은 많지 않을 듯싶다.

더욱 답답한 건 한국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다. 3년 전에도 일본 고객 정보의 한국 내 보관 문제 등이 이슈가 됐지만, 정부는 무대응이었다. 이번 라인사태가 언론에 불거지자 그제서야 “네이버의 경영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써가며 차별적 대우가 감지된다면 나서겠다고 한다.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대일 외교 관계를 의식해 눈치만 보는 건 아닌가. 미국의 중국 틱톡 축출법안에서 보듯 라인사태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데이터 전쟁 차원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제2의 사태를 막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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