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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숲에서 영성을

우성규 종교부 차장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산본중앙교회 박상훈(61) 목사는 산림치유지도사다. 산림치유사는 산림청장이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으로 치유의 숲, 자연 휴양림 등지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발한다. 자격증을 얻으려면 대학에서 의료 보건 간호 또는 산림 관련 학사 학위가 필요한데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석사 출신인 박 목사는 이를 위해 코로나 기간 또다시 조경 관련 학과에 진학해 공부했고 지난 2월 산림치유사가 됐다. 감리교 목회자가 함께 공부했으나 학업을 마쳤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박 목사가 한국 목회자로서는 최초의 산림치유사일 가능성이 크다.

박 목사는 “매주 수요일 성도들과 함께 생태치유교실을 열어 숲을 거닐고 있다”면서 “교회 인근 수리산을 오르며 숲이 주는 영성적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숲에서 나를 찾을 수 있는 명상의 기회를 얻고 자연을 창조한 조물주의 위대함을 느끼도록 성도들을 안내한다. 한 줌의 흙 속에서 수억 마리의 미생물을 생각하며 그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풀들과 나무들이 보내온 수억년의 세월을 느낀다. 또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크고 작은 동물들을 떠올린다.

박 목사는 “숲이야말로 다양한 생명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이자 유기체”라며 “생명체들이 살아가는데 완벽한 삶의 공간이기에, 또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걸 갖춰 놓았기에,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을 정도로 사랑하는 인간을 에덴동산이란 숲에서 살도록 명령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숲에서 인간이 모든 생명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도록 창조됐다는 이야기다. 영성의 핵심은 관계성이다. 성부 성자 성령이라고 부르는 삼위(三位)의 하나님, 사랑의 관계 안에서 서로 사귀며 교통하는 일을 영성이라고 말한다. 숲은 이 관계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다.

복음주의의 지성으로 불리며 20세기를 대표한 성공회 목회자 존 스토트(1921~2011)는 기회 있을 때마다 숲으로 달려갔다. 1993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복음을 전하는 일 이외에 제일 먼저 간 곳이 비무장지대(DMZ)였다. 숲에서 새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아마추어 조류학자였던 스토트는 의사였던 부친으로부터 여름마다 시골에 머물며 입은 닫고 눈과 귀를 열어놓는 자연 관찰법을 배웠다. 당시 DMZ 일정 외에도 전남 신안의 멀고 먼 칠발도까지 새를 보러 가는 여행을 감행하자 수행하던 한국인 교수진이 스토트에게 물었다. “당신은 새에 너무 미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유명한 스토트의 답변이 나온다. “저는 예수님의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명령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통성기도란 전통을 확립했다. “주여 들으소서 주여 용서하소서 주여 귀를 기울이시고 행하소서”란 구약의 다니엘 9장 19절 말씀처럼 ‘주여 삼창’을 외치고 두 손을 들어 온몸으로 외치는 집중의 기도를 해왔다. 이는 영성학적으로 좋은 기도라고 김수천 협성대 기독교영성학 교수는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게재한 글에서 밝혔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통성기도의 보충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령의 임재를 갈망하는 외침이 담긴 능동적 기도의 단계를 지나 성령의 활동에 자신을 맡기는 수동적 기도, 침묵으로 머물며 주님의 뜻을 겸손히 듣는 기도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자연묵상 침묵기도를 병행해 볼 것을 권했다. 숲에서 창조물이 보낸 한 해의 삶을 곰곰이 생각하며 창조주의 손길을 묵상하자는 것이다. 자연은 하나님을 아는 큰 글자 책이고, 성경은 작은 글자 책이란 개혁주의 신학의 경구가 떠오른다. 한국교회가 성도들의 영성에 깊이를 더할 다양한 방법들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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