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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영화가 스크린 80% 차지, 한국 영화 잠재력 죽인다

‘범죄도시 4’의 상영관 독식 논란
다양성 보장돼야 독창성도 살아
스크린 상한제 도입 검토해 볼 만

지난 2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 연합뉴스

한 영화가 극장 스크린의 80%를 차지하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닐 것이다. 나머지 영화들은 스크린 확보 경쟁에서 밀려 관객의 선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독립 영화일수록 더 그렇다. 영화의 생명은 독창성과 다양성이고, 이는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점 논란을 계기로, 특정 영화의 상영 횟수를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 하다.

한국 영화 범죄도시 4의 스크린 독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영화계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제작사 하하필름스의 이하영 대표는 한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며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내버려 둬도 될 사안인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범죄도시 4는 상영점유율이 80%를 웃돌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다른 영화들은 나머지 20%의 스크린에서 경쟁해야 한다. 파이가 너무 작아져 버렸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가 흥행이 되는 영화만 집중적으로 스크린에 거는 것은 시장 독과점의 폐해다. 관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예술·독립 영화는 극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은 이미 위기다. 유명 영화감독들은 무대를 극장에서 넷플릭스 같은 OTT로 옮기고 있다. 한 해 평균 100여편의 영화가 개봉해야 하지만 극장에 걸리지 못하면서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제작되는 영화는 더 적어진다. 악순환이다.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에 타격이 훨씬 크다. 데뷔작부터 성공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없다. 요즘 젊은 신인 감독들에겐 실패할 자유도 없는 셈이다. 중소 영화사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 대한 지원과 유통망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8개 스크린 이상 소유한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이 일간 상영 횟수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 이 같은 스크린 상한제를 우리도 국내 사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 극장이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스크린 독점을 해결할 방법이다. 법으로 영화 상영 최대 비율을 제한하는 것에 반발도 있지만 대다수 제작·배급 관계자들이 이를 원한다. ‘한 놈만 살아남는’ 지금 같은 불공정한 구조에서는 제2의 박찬욱 봉준호가 나올 수 없다. 한국 영화의 성장 잠재력도 떨어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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