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른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변수는 낙천·낙선·불출마해 국회를 떠나는 국민의힘 의원 55명의 표심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재표결에 들어갈 경우 국민의힘에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재의결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소신투표’ 혹은 ‘국회 본회의 불참’ 여부를 단속하며 막판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점도 부담이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만을 외치며 끝내 밀어붙인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특검의 목적이 진실 규명이 아닌 정부 압박에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선 민의를 등에 업었다는 오만함으로 ‘폭주’를 ‘민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일부터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탈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낙천·낙선·불출마한 55명이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어서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안철수·조경태·이상민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 의원은 296명으로,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면 295명 중 197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면 된다. 범야권이 180석이라 국민의힘 중 18명이 이탈하면 가결되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의석수(155석)만으로도 과반 출석이 가능해 ‘재표결 보이콧’도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 최대한 많이 출석하도록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점도 국민의힘에는 부담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특검법 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정쟁 요소로 악용했다는 점을 알린다면 여론도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총선에서 대패하고도 민의를 거스르면 되겠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4월 29일~5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7%로 나타났다. 반대(19%)보다 3배 이상 높다. 특히 보수 지지 기반인 영남 지역과 6070세대에서도 찬성이 우세했다.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터라 재의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안을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대한 반발 심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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