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여의도포럼

[여의도포럼] GDP 세계 14위, 한국 경제의 그림자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 2024-05-02 00:33/수정 : 2024-05-02 00:33

1991년 세계 13위 기록 이후
글로벌위기 2008년 15위 빼고
세계 10∼14위 오르내려
1998년 IMF 위기 때도 14위

한국 경제 부진 원인은
규모 큰 미국·일본은 물론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성장률 탓… 작년 1.4%

부채· 재정운용 재점검 필요
소진되는 수출 역량 강화해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총GDP는 1조7092억 달러로 세계 14위다.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순위다. 멕시코가 우리를 넘어섰는데, 우리가 못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국에 공장을 짓는 것) 전략에 의해 날개를 단 멕시코에 추월당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33년 전인 1991년으로 돌아가보자. 1986년부터 3저(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호황으로 3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가 났고, 주로 한국전쟁으로 기억되던 한국의 이미지가 성공적으로 이뤄낸 88올림픽으로 크게 바뀌고 있던 때였다.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적시에 추진된 북방정책으로 우리의 외교 역량이 크게 확대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국운이 상승하는 시기였다. 1991년을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바로 그해 우리나라의 경상 GDP가 세계 1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33년 전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었다.

이후 32년 동안 우리나라의 총 GDP 순위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15위로 떨어진 때를 제외하고는 10~14위 사이를 오르내렸다. 놀라운 것은 우리 경제가 초토화되어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1998년에도 한국 경제 규모는 세계 14위였다는 사실이다. 그 외 14위를 기록한 시기는 2009~2012년 4년 동안이다. 결국 1991년부터 지금까지 33년 동안 14위 또는 그 이하를 기록한 때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5년간, 그리고 2023년 작년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지표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멕시코와의 비교 문제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와 순위를 다투던 나라들은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호주 스페인 러시아 브라질 등은 매년 한국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굳이 멕시코와 비교해보자면 2000년 이후 24년 동안 멕시코의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컸던 때는 일곱 번이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은 줄곧 우리보다 순위가 높았고, 2008년과 2023년에 우리를 넘어섰다. 만년 15위이던 멕시코가 2022년 14위를 하다가 작년에 갑자기 12위로 올라선 것을 미국의 니어쇼어링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건 멕시코 경제를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과는 과거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시장을 통합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미국이 작년 또는 재작년에 니어쇼어링을 해서 멕시코 경제가 갑자기 좋아진 것이라기보다 우리나라가 작년에 너무 못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특별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 호주는 도대체 어떤 요인이 생겨서 우리 위에 있단 말인가.

한국 경제가 작년에 14위로 떨어진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미국의 2.5%나 일본의 1.9%보다 낮은 1.4%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두 선진국보다도 성장률이 뒤처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잠재성장률이라고 추정되는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인 것은 분명 현재 한국 경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못하지 않았는데 다른 나라가 잘해서라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신승리일 뿐이다. 한국 경제가 구조개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이것이 갑자기 작년의 부진했던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는 건 무리다.

고금리에 따라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은 부채공화국 한국의 현주소에서 당연한 것이다. 결국 고통스럽더라도 디레버리징을 통해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한데 엉거주춤한 정부 정책은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문제 많은 정부의 재정 운용도 재점검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 살아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2, 3년 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출 성과를 직시하고, 탈중국에 가장 열심인 중국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로 너도 나도 향유하는 대동남아 수출 특수를 온전히 내것으로 하지 못하는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의 정체는 우리의 수출 역량이 소진되는 것인지를 점검하라는 지적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