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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인생길 개척 막막했는데… 이젠 ‘가족 부자’ 됐어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광주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

광주광역시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한울’ 운영진이 최근 광주 서구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예슬·김용민씨, 김남중 대표, 박태양씨. 한울 제공

‘하나의 큰 울타리’라는 뜻을 가진 커뮤니티 ‘한울’은 광주광역시 지역에 외로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청년)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설립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단체다. 40여명이 활동하는데 느슨하지만 끈끈한 관계 속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며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46명까지 불어난 ‘가족 부자’

최근 광주 서구 쌍촌로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한울 운영진을 만났다. 김남중(29) 한울 대표는 “지방에 있는 자립준비청년 네트워크가 수도권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당사자들을 챙기는 기관이나 민간단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채워가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김 대표 등 운영진 멤버들은 자신과 친분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커뮤니티 활동을 권유했고 그렇게 한 명 두 명 늘어나다 46명까지 이르렀다. 지인과의 연결고리가 어느 정도 있었기에 커뮤니티에서 적응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또 다른 울타리 ‘동네 어른’

지난해 5월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월간식구’ 모임을 갖는 모습. 한울 제공

이들 곁에는 또 다른 울타리인 ‘동네 어른들’이 있다. 한울은 서포터나 다름없는 동네 어른들과 매달 식사 모임인 ‘월간식구’를 통해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그야말로 허물없이 소통하며 밥 한 끼 먹는 시간이다. 이 모임은 1년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한울은 ‘느슨한 연대’ 속 친밀함을 추구한다. 김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을 향해 사회·정서적 지지를 하며 마음을 내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며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과정 중에 상처를 받으시기도 하고 저희도 부담스럽지 않은 지점이 있다. 느슨한 연대는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오되 다만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한울에서 정서적 안정감 느껴

한울은 보육원 등 퇴소한 뒤 홀로 인생길을 헤쳐가야 하는 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준다. 운영진은 한울에 오기 전후 자신의 모습이 달라졌다며 ‘강추’(강력 추천)했다.

전남 여수에서 광주에 온 지 2년 차가 된 김예슬(25)씨는 처음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광주살이’가 너무 힘겨웠다. 그런 김씨에게 한울은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안식처였다. 그는 “월간식구에 참여한 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됐다”며 “이사 등 일상에서 다른 이의 사소한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한울 멤버들끼리 서로 짐을 덜어준다. 고민을 나눌 어른들도 계시는데 실제로 법적 자문 등도 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항상 자신이 혼자라고 여겼다는 김용민(24)씨도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았던 저는 독립심이 강했고 어른을 만나도 언젠가 떠날 이로 여기며 경계심을 갖곤 했다”며 “그런데 한울 구성원들끼리 식사와 여행을 함께하며 삶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지난해 여름 워크숍이 열린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물놀이하는 모습. 한울 제공

창립 멤버인 박태양(24)씨도 “명절 나들이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끼고 함께한 여행에서 집라인을 타고 돗자리 펴고 달과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함께한 추억이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에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는 또래와 형·누나, 동생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울 멤버들은 나누고 베푸는 사람으로 한 걸음 성장하기 위해 개인·단체적으로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 내에 있는 ‘사회기여형’ 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부분 한울 멤버로 쓰레기를 줍고 배식 활동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리·정서적 지원 부분 강화돼야

2022년 이후 국가·사회적으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높아진 가운데 이들은 어떤 부분이 더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박씨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릴 때 상처받은 상태에서 치유되지 않은 채 살다 보니 본인이 모르는 심리적 모습이 발현되기도 한다”며 “멘토링 등 심리·정서적 지원 부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용민씨는 “가정 위탁으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우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자립수당 등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해당 대상자에 대한 교육이 강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자립지원전담인력 처우 개선 시급

김 대표는 보호환경별로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현장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대하는 자립지원전담인력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는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의 전담인력을 보면 한 명당 50~60명을 만나며 야근이 일상임에도 한없이 부족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이분들의 역량이 결국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광주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들께 감사의 마음 전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한울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심리적으로 바닥을 칠 때 도움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튼튼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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