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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진료·당직까지, 떠날 수밖에 없어… 악화되는 환자 보면 피눈물”

사직 앞둔 최세훈 아산병원 교수


응급·중증 환자 위주로 수용하는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도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의대 증원이 불러올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사직’이란 초강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최세훈(사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국의 작은 병원도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폐암 환자 등 어려움에 처한 환자들이 갈 병원이 없다”며 “병원에 전화를 돌려봐도 예약 대기가 한 달 이상이기 때문에 무작정 외래에 쳐들어오다시피 오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많지만 일정이 꽉 찬 병원에서 이들을 진료할 교수는 없다. 위중한 환자의 경우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상태를 보며 수시로 살펴야 하는데 전공의 대신 당직까지 하는 상황에서 이를 도맡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런 환자들을 보면 피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에는 지난 3월 계약 후 근무하기로 한 전공의 19명 중 1명만 남아 있다.

전공의들이 사라진 병원마다 교수들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진료나 수술 일정이 지연되면서 환자들의 병세가 악화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오늘도 암 수술을 하나 하고 나오는 길인데, 두 달 전과 비교해 환자 암세포가 많이 커진 상태였다”며 “2월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팀을 이끌던 상황이었는데, 아무 문제 없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던 시스템이 한순간에 망가졌다”고 했다.

당장 최 교수는 다음 달 10일부터 병가에 들어가고 이후 사직할 예정이다.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전공의가 복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결국 사직이라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다른 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내가 꼭 소화해야 하는 환자들은 거의 다 정리를 해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대생 유급 사태가 터지면 전공의들은 병원에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병원도, 환자들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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