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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걷어 민생회복지원금 주나… 정유업계 ‘좌불안석’

민주당, 고유가에 입법 강공 전망
업계 “이번엔 말로 안 끝날 수도”
유가 따라 실적 출렁… 국회 주시

입력 : 2024-04-25 04:40/수정 : 2024-04-25 06:35
게티이미지뱅크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권에서 횡재세 부과 논의가 재차 불붙으며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수년간 국제유가가 들썩일 때마다 정유회사에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는 논의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횡재세는 유가 상승 등의 외부 효과로 초과 이익을 거둔 기업에 세금 등을 물리는 법안이다. 정유업계가 2022년 상반기에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그런데 막상 법안 논의 과정에서 유가가 급락해 정유업계가 적자로 전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적자를 보면 그동안 횡재세로 낸 돈을 돌려주느냐”는 업계 반발도 거셌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시작된 횡재세 논의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산업계에 파다하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지는 데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직접 횡재세 도입에 칼을 빼 들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횡재세 도입을 재차 언급했다.


산업계 안팎에선 민주당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의 재원 마련에 횡재세가 ‘지렛대’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이번에는 말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정치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횡재세는 기업의 일정 수준 이상 이익에 대해 법인세 외에 추가로 세금이나 기여금을 징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유가·고금리에 각각 정제마진과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거둔 정유업계와 은행권이 타깃이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고유가에 따른 물가 폭등 우려마저 겹쳤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벌어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48달러까지 치솟고, 올 4분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8%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1년 새 20%가량 오른 유가로 지난해 7월 2.4%였던 국내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1%까지 뛰어올랐다.


횡재세를 도입한 국가도 있다. 영국과 독일은 지난해 에너지 기업의 초과 이익에 각각 45%, 33% 횡재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 정유업계의 항변이다. 영국은 직접 광구를 개발하고 원유를 뽑아내는 오일 메이저 기업인 BP 등이 있다. 100%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등으로 가공해 이익을 내는 국내 기업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 흐름에 따라 출렁이는 실적도 관건이다. 정유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 1분기 15달러까지 오르며 손익분기점(약 5달러)을 넘어섰지만, 이달 들어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상 유가가 고점일 때 횡재세 논란이 등장했다”며 “유가가 바닥이던 2020년과 2022년 말엔 수조원대 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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