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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의 컬처 아이] 정치와 예술은 동행할 수 없을까


지난 16일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에 갔다. 그 며칠 전 개막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이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라 화랑유원지 인근 미술관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기억식’ 행사가 열렸다.

10주기가 주는 무게감을 반영한 듯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윤영덕·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와 용혜인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등 각 당 현역 의원과 22대 총선 당선인들도 함께했다.

기억식이 끝나고 정치인들은 돌아갔다. 아니 그냥 돌아갔다. 경기도미술관에서 하는 세월호 전시 ‘우리가, 바다’는 보지 않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데도 말이다. 4·16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원로화가 김정헌씨가 전시장을 찾았다. 정치인으로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개별 관람했을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는 정치인들이 그냥 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사회적 비극을 예술로 풀어낸 전시의 관람은 애도의 중요한 형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주기를 맞아 참사 이후를 기록한 책이 나오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왔다. 이번 전시는 그런 기록을 넘어 예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의 비극을 기억하고 위로하고 염원하는지를 보여줬다. 안규철, 윤동천, 홍순명, 송주원, 무진형제 등 신진에서 원로까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이들이 전시에 초대됐다.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송주원 작가는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몸짓 언어’로 부르는 영상을 내놓았다. 윤동천 작가가 세월호 노란 리본을 십자가처럼 걸어둔 ‘노란 방’에 앉아 있으면 ‘그날의 비극을 과거형으로 잊고 지내는 거 아닌가’ 하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태원 참사 등 재난은 되풀이된다. 사회적 재난의 반복은 우리가 일상에서 비켜나 비극적 사건을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고, 그래서 성숙한 사회로 도약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메시지다. 법안 발의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선거 때마다 ‘어묵 먹방’이 지겹도록 등장하는 것은 감각적으로 ‘민생 정치’를 표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 전시장에 와서 송주원 작가가 몸짓 언어로 부르는 희생자의 이름에 귀 기울이거나 윤동천 작가의 ‘노란 방’에 기도하듯 앉아 있는 정치 신인 조국과 이준석의 사진을 SNS에서 보는 광경은 언감생심일까. 그것 이상으로 안전 대한민국을 희구하고 희생자를 보듬는 시각적 표상은 없을 텐데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 관람 행위가 갖는 상징성이다.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애도의 형식으로서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 추념전을 공동으로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관람하는 행위를 통해 공감을 표명하고 전시를 홍보해주는 것은 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공유하고 증언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고대 그리스에서 왕부터 시민까지 비극을 함께 관람하며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공유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하마터면 예산 부족으로 열리지 못할 뻔했다. 김철진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이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건의해 예산을 확보한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은 세월호 참사의 대표적 추모지다. 그래서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했던 김 지사가 행사 후 정치인들을 대동하고 애도의 또 다른 형식으로서 전시를 감상했더라면 어땠을까.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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