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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대표팀 성폭력’ FBI 늑장수사에 거액 배상

바일스 등 피해자들에 1900억원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선수였던 알리 레이즈먼, 시몬 바일스, 매카일라 마로니, 매기 니콜스(왼쪽부터)가 2021년 9월 대표팀 주치의의 성폭력 관련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의 성폭력 사건을 소홀히 다룬 혐의를 인정해 피해자들에게 1900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체조 대표팀 주치의로 일한 래리 나사르(60)의 성폭력 피해자 90여명이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870만 달러(약 1909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30년간 여자 체조 선수와 환자 수백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2018년 최대 1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FBI는 2015년 7월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매카일라 마로니에 대한 첫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는 더디게 진행돼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2021년 7월 FBI의 늑장·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로니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이 나사르 기소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FBI가 수사를 뭉개는 동안 나사르의 성폭행은 계속돼 70명이 추가 피해를 당했다.

2021년 9월 상원 청문회에서 마로니는 “(FBI 조사는) 내 트라우마에 대한 침묵과 무시로 가득 차 있었다”며 “피해를 고백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FBI가 내 진술을 무시한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했다.

미국 체조 간판인 시몬 바일스는 “FBI는 내가 신고하기 훨씬 전부터 나사르의 범죄를 알고 있었다”며 “성적 학대를 지속하게 한 미국 시스템 전체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마로니와 바일스, 알리 레이즈먼 등 피해자들은 2022년 FBI를 상대로 늑장 수사에 따른 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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