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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은 비리튬 ESS 경쟁 치열한데… 한국은 리튬이 ‘싹쓸이’

“리튬, 화재 위험에다 비용 많이 들어
장주기 ESS엔 적합치 않다” 중론
중소기업에 비리튬계 참여 기회줘야

한국전력공사가 경북 경산에서 운영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 한국전력 제공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 규모가 커지면서 바람, 태양 등의 에너지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리튬이온배터리(LIB) 기반 ESS뿐 아니라 더 긴 시간 에너지를 효율·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비(非)리튬 ESS 기술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반면 세계적 LIB 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장주기의 ESS 시장도 LIB가 싹쓸이하는 양상이다.

장주기 ESS는 6~8시간 혹은 그 이상 기간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을 가리킨다. LIB는 화재 위험이 크고, 에너지 저장 용량을 키우는 데 큰 비용이 드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장주기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6년까지 29조~45조원을 투자해 총 20.85GW의 장주기 ESS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대규모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장주기 ESS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리튬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자동차의 휘발유에 빗대 ‘하얀석유’로 불리기도 하는 광물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비리튬 기술을 중심으로 장주기 ESS 정책을 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 및 상원은 장주기 ESS 관련 정책 지원 대상에서 LIB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ESNZ는 지난 1월 발간한 ‘장주기 ESS 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이미 영국에 3.5GW 이상 설치된 LIB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정책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 역시 2021년부터 발주하는 ESS 프로젝트 입찰에 발전시간 8시간 이상의 비리튬 기술을 응찰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기 1년 전 ‘장주기 에너지 저장 계획’을 발표한 미국 에너지부는 “기존의 리튬 배터리를 넘어선 다양한 에너지 저장 기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비리튬 ESS용 배터리인 흐름전지를 2030년까지 23GW 설치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이 2036년까지 구축하고자 하는 전체 장주기 ESS보다 큰 규모다.

한국도 다양한 비리튬계 ESS 기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스토리지 산업 발전전략’에서 6~8시간 발전하는 장주기 ESS에 적합한 기술로 LIB와 함께 바나듐흐름전지, 나트륨황 배터리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구축한 규모의 경제, 이에 기초한 가격 경쟁력 탓에 중소 비리튬 ESS 기업들은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주 장주기 B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 LIB가 65㎿ 규모의 전체 물량을 낙찰받았다.

비리튬 ESS 업계 관계자는 “전체 발주 물량의 5%라도 비리튬계에 할당함으로써 중소 기술업체들에 시장 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정책 지원 없이 LIB 3사와 가격경쟁을 해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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