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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사자·얼굴·토끼… ‘신이 조각한’ 기암괴석

국립공원 명품마을 신안 영산도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바라본 영산도 옆으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변모한 영산도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순박한 인심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은 대한민국 최서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인 흑산도는 신안군에서 가장 큰 섬이다. 홍도, 장도, 영산도, 대둔도, 다물도 등과 함께 흑산군도를 이룬다. 흑산도의 동쪽에는 영산도가, 서쪽에는 장도가 바투 붙어 있다.

영산도는 흑산도에서 남동쪽으로 6.4㎞ 떨어져 있다. 도선으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다. 산세가 신령스러운 기운을 품고 있는 곳이라 하여 영산도(靈山島)라 불리기도 하고, 영산화(永山花)가 많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영산도는 ‘신령 영’자가 아닌 ‘길 영’(永)자를 쓴다.

고려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산도에는 어미섬인 흑산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섬 주변에 해산물이 풍족했던 덕분이다. 고려시대 몽골에 대항한 삼별초의 항전을 겪고, 고려 말 왜구의 노략질이 잇따르자 섬 주민들을 육지로 이주시켜 섬 전체를 텅 비게 만드는 공도(空島)정책이 시행됐다. 영산도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에 많이 정착했다. 나주 영산포는 영산도 사람들이 가서 배를 대던 포구였다. 몇 년 동안 영산포에서 살다가 왜구의 출몰이 잦아들자 다시 흑산도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1970년대 100여 가구 500명에 육박했던 섬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2000년대 프라피룬, 2010년 곤파스 등 극심한 태풍 피해에 많은 이들이 섬을 떠나면서 무인도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섬을 존속시키기 위해 국립공원에 자발적으로 편입시켰고, 2012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명품마을로 변모했다. 이후 시간이 멈춘 듯한 영산도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순박한 인심을 찾는 발길이 늘어났다.

선착장에 내리면 마을 주민들이 심은 멸종위기종 2급 석곡을 볼 수 있다. 석곡은 난초목 난초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로 바위나 죽은 나무에 붙어서 자란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쓴다.

바로 옆 나무로 된 계단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산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가 시작된다. 계단 옆 오른쪽에 마을 표지석과 함께 영산팔경비가 세워져 있다. 당산의 고송이 두 채의 기와집에 둘러싸인 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는 당산창송, 태초에 측량할 때 측량판을 놓은 흔적이 동쪽의 높은 봉우리 있는 돌에 박혀 있다는 기봉조휘, 물이 몸에 맞으면 능히 만병을 치료한다는 비류폭포, 석탑 아래에 있는 우물물을 세 번만 마시면 행운을 얻는다는 천연석탑, 용이 뚫고 나와 승천했다는 용생암굴, 수면 위에 떠 있는 바위가 사람의 코처럼 생겼고 바닷물이 코로 들어가면 코 고는 소리가 고함처럼 들린다는 비성석굴, 거대한 코끼리 형상을 한 석주대문, 흑산도 문암산에 높은 구름이 둘러칠 때면 신선이 구름을 타고 오르내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문암귀운이다. 이 가운데 제1경인 당산창송과 제8경인 문암귀운만 육상에서 볼 수 있다. 나머지는 배를 타야 한다.

전망대에서 본 영산도 마을과 된볕산 ‘누워있는 여인바위’.

선착장 인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아름다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너머 남쪽에 ‘종일 따가운 햇볕을 쬔다’고 해서 ‘된볕산’이란 이름이 붙은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있다. 여인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영산도에는 3개 마을이 있다. 학교가 있는 마을과 교회가 있는 마을 그리고 그 중간지점의 마을. 영산분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다가 2020년 마지막 학생이 졸업하면서 폐교했다. 학생이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는 잡초가 자라고 있다. 폐가를 리모델링한 ‘전교 1등 도서관’이 눈길을 끈다. 영산분교의 전교생이 한두 명뿐이니 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모두 학년 1등 아니면 전교 1등이었다.

마을 공터마다 조성된 밭 곳곳에는 땅따먹기하듯 나무판자로 나뉘어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많은 비에 좋은 흙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하려는 이 마을 특유의 농사법이다.

영산도 동남쪽 등 암석해안에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선상에서 보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는 신이 만든 조각품 같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거대한 코끼리 형상의 영산팔경 중 7경 ‘석주대문’. 구멍 사이로 흑산도가 보인다.

제7경인 석주대문은 자연이 만들어 낸 신비롭고 웅장한 바위 대문이다. 30t급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코끼리 바위’다. 영산도뿐 아니라 흑산군도의 상징물이 됐다.

해안 절벽에 세로로 깊게 파인 비류폭포. 비가 오면 큰 물줄기를 이룬다.

비류폭포는 평소에 가늘게 흐르다 비가 오면 큰 물줄기로 떨어진다. 이밖에 남근바위, 얼굴바위, 사자바위, 토끼바위 등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메모
영산도 외지인 수 제한… 예약 필수
약 4.5㎞ 육상 트레킹 코스 4시간 소요

목포에서 흑산도까지 2시간 배를 탄 뒤 영산도까지 하루 1번 운항하는 도선으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인원이 많을 때 미리 연락하면 수시로 오간다. 흑산도에서 영산도까지 운임은 편도 5000원이다. 섬에 들어오는 외지인의 수를 40~50명 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입도는 물론 숙식도 예약해야 한다.

큰 바위 사이에 날개를 접고 앉아 고개를 숙인 ‘잠자는 새 바위’.

유람선 일주는 영산항→남근바위→잠자는 새→석주대문→비성석굴→용생암굴→비류폭포→거북이·토끼바위→영산항을 둘러보는 코스로, 1시간 40분 소요된다. 트레킹 코스도 있다. 명품마을사무소~전망대~암릉 전망대~삼거리~깃대봉~삼거리~뒷된볕산~삼거리~앞된볕산~엣기미 큰재~액기미 작은재~쉼터~펜션~부뚜막 코스로 약 4.5㎞에 4시간가량 걸린다.

영산도에서 인기를 끄는 해산물은 거북손이다. 오래 기다렸다가 따기 때문에 크고 맛있다. 봄 철 선착장 앞에는 숭어떼가 ‘물 반 고기 반’을 이룬다. 영산도의 유일한 식당 ‘부뚜막’에서 맛볼 수 있다. 옛 초가집을 복원한 숙박시설, 현대식으로 지은 3동의 펜션 등에서 묵을 수 있다.

흑산도 예리 선착장에서 약 7.5㎞ 떨어진 대장도까지는 소형여객선이 월·수·금요일 1일 2회 운항하며 40분가량 소요된다. 배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물때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어 사전 확인은 필수다.





영산도(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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