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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발 양보에도 꿈쩍않는 의료계… ‘슈퍼甲’ 힘자랑하나

‘전면 재검토’ ‘일대일 대화’ 마이웨이

논의 기구 불참… 갈등 해결 의지 없어
의사가 인력 수급 주도 인식 팽배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1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각 대학이 자율로 정하도록 한발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사 단체들은 조정안이 대학 총장의 제안을 정부가 수용한 것일 뿐 의사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대 증원을 놓고선 의사들이 정부와 일대일 논의를 해야 하고,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백지화를 선언해야만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호소문을 내고 “전공의와 학생들의 복귀, 2025학년도 입학 전형 일정을 고려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동결해 달라”며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 결정을 위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국립대 총장들이 정부에 요구한 조정안 대신 증원 결정을 1년 유예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은 조정안을 평가 절하하며 “원점 재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비는 오는 25일 예정대로 교수 사직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의사 단체가 조정안을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2000명’뿐 아니라 조정된 증원 규모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 이유는 의사 인력 수급 논의에서 대학이나 환자, 시민사회 등이 아니라 의사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한 논의체가 필요한데 여기에 환자단체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당선인 역시 정부와 의료계가 ‘일대일’로 위원회를 꾸려 의사 수 추계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대일 논의를 벗어나면 결국 다른 의료 현안에서도 정부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대전협과 의대협 등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뿐 아니라 정부 사과를 전제로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의료계는 의사 수가 지금도 부족하지 않고 미래 상황이 불확실하니까 늘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데, 의사를 제외한 환자 등 다른 단체들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힘의 균형이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대일 논의를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논의 기구에도 참여하지 않고 백지화만 고집하는 의료계 태도는 의·정 대화는 물론 의료 현장의 공백을 해결할 의지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의사 아니고 어느 직종에서 국민의 70~80%가 지지하는 정책을 흔들고, 정부가 이렇게 양보하고 달래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느냐”며 “국민들 입장에선 의사들이 철퇴를 맞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유나 박선영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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