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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박민수는 죄가 없다

임성수 사회부 차장


집단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 중 일부가 내뱉는 말들이 상식인의 귀를 거스르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경질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는 일부 전공의의 엄포는 가히 목불인견 수준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기록해둘 만하다. 전공의 중 일부 극성스러운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 등에서 “박 차관이 경질될 때까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과도 회동하는 전공의 눈에 차관 정도는 아무 때나 이유 없이 날려도 되는 일개 공직자인가. 차관 자르려고 집단사직을 한 것인가.

자기 직업이 귀하면 남의 직업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이 정책 결정이 자신들의 직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탓이다. 그런 이해 때문에 의료 현장을 집단으로 떠났고 의료 시스템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무모한 모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이들이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복지부 차관을 아무렇지도 않게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직 전공의 중 악착스러운 1360명은 박 차관을 직권남용으로 이미 고소했다. 대통령도 아니고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아니고, 하물며 장관도 아닌 박 차관이 의료계에 무슨 대역죄를 지었는가.

의료계는 사태 초기부터 박 차관을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의·정 갈등 초기엔 박 차관이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라고 비하했고 그것이 기분 나쁘다고 했다. 귀 기울여 들어야 ‘의새’로 들리는 발음 실수다. 상식적으로 전 국민이 보는 브리핑에서 의도적으로 의사를 ‘의새’라고 말할 공직자가 있을 리 없다. 박 차관이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증원을 추진한다는 황당한 소문도 의료계에 돌았다. 아무리 후진국이라도 차관급 공직자가 딸 입시를 위해 의대 정원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맥락조차 알 수 없는 ‘기승전 박민수 공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대 증원은 박민수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다. 그는 정부 입장을 전하는 스피커이고, 스피커는 정부가 정한 원칙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차관이 정무적 판단으로 모호한 말들을 전달한다면 정부 원칙은 누더기가 될 것이다. 차관은 재량을 발휘할 수도 없고, 발휘해서도 안 된다. 여론은 규모의 문제일 뿐 의대 증원을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여야 할 것 없이 증원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이런 국가적 의제를 임명직 공직자 한 사람의 처신 문제로 환원해 공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틀렸고, 윤리적으로도 비열한 짓이다. 정부는 최근 의료계와의 싸움에서 끝없이 후퇴하는 중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면허를 정지하겠다는 경고는 텅 빈 엄포가 됐다.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2000명 증원도 한꺼번에 50%나 깎아줄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저자세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고압적이다. 여당의 총선 참패를 지렛대 삼아 원점 재논의라는 ‘백기 투항’을 요구하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가 박 차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 교체로 의료계와 타협을 시도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실을 만들어 박 차관 등을 보직 이동시키고 온순한 ‘새 얼굴’을 내세워 의료계와 마주 앉으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 당국자에 대한 집단따돌림까지 수용하며 정부가 출구 찾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태를 돌파하는 출구가 아니라 무원칙과 무책임이라는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될 것이다. 박 차관에게 기어이 죄를 물어야 한다면 애초에 전략도 없이 이기지도 못할 의대 증원이라는 싸움을 시작한 행정부 전체에 먼저 죄를 물어야 한다.

임성수 사회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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