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로다주 1인 4역, ‘미국은 하나의 존재’ 각인 시킬 방법”

‘동조자’ 제작·연출 박찬욱 감독
부조리 상황 드러내려 유머 활용
“이념 갈등,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념 전쟁을 통한 내전 배후에 강대국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공통점이 있으며 작품을 연출하는 데 장점이 됐다고 밝혔다. ‘동조자’ 스틸컷. 쿠팡플레이 제공

캡틴(호아 쉬안데)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상황에 놓인다. 베트남, 프랑스, 미국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그는 ‘잡종 개’란 멸시를 평생 들었다. 캡틴은 북베트남 스파이이자 미국 CIA의 이중간첩으로도 활동한다. 그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나는 반반입니다. 두 가지 피, 두 가지 언어, 나는 모순의 결합체죠”라고 하는 캡틴의 말은 삶을 압축하는 문장이다.

지난 15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동조자’ 1화에는 캡틴의 이야기와 1975년 종전을 4개월 앞둔 베트남의 상황이 담겼다. 남베트남 비밀경찰에서 대위 계급으로 일하며 북베트남으로 주요 정보들을 빼돌리던 캡틴은 또 다른 북베트남 스파이가 발각되며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남베트남이 전쟁에서 패하며 긴박하게 미국으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도 놓인다. 이 긴박한 이야기는 박찬욱(사진) 감독 특유의 화면 연출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펼쳐진다.

‘동조자’는 박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처음 내놓는 작품이자 그의 두 번째 시리즈물이다. 그가 공동 쇼러너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 감독은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냉전이 끝났다지만 신냉전이라고도 하지 않나. 결코 끝나지 않았다”며 “남한 사회에서의 이념 갈등은 또 얼마나 격렬한가. 생각해보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원작에 녹아있는 문학적이고, 재치 있으면서도 냉소적인 유머들을 영상의 기법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그는 “이 부조리한 상황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써 유머를 최대한 만들려고 했다”며 “말도 안 되고 논리적이지 않아서 불쌍하기도, 비극적이기도 한 이상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유머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베트남도 미국 사람도 아닌 그가 베트남 역사를 다룬 작품을 만드는 게 부담이진 않았을까. 그는 오히려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으면서도, 이념 전쟁을 통한 내전과 그 배후에 강대국이 있었다는 한국과 베트남의 공통점이 이 작품을 연출하는 데 오히려 장점이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이런 역사와 현실은 미국인이 이해하긴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에 반해 우리에겐 숨 쉬듯, 공기처럼 존재하는 일이다. 그래서 적어도 미국인보다는 제가 적임자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또 눈길을 끄는 건 1인 4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감쪽같은 분장과 연기다. 그는 하원의원, 영화감독, 교수, CIA 요원의 4역을 작품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연기한다. 이처럼 연출한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한자리에 모인 백인 남성들, 자기 분야에서 자리 잡고 있는 성공한 교수, 영화감독, CIA 요원, 하원의원같이 중요한 인물들이 결국은 미국 시스템, 미국 자본주의, 미국이란 기관을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구나, 하나의 존재라는 걸 느꼈다”며 “그 점을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