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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양곡법 또 본회의 직회부… 이게 협치인가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이후 여야 모두 협치하겠다지만 실제 벌어지는 풍경은 영 딴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재발의한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당은 회의에 불참했다. 야당은 이 여세를 몰아 다음 달 본회의 때 표결까지 추진할 태세다.

본회의 직회부는 법안이 법제사법위에 계류된 지 60일 이상 지난 뒤 소관 상임위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 처리를 막고 있을 때 아주 제한적으로 하도록 한 게 직회부 도입 취지다. 5분의 3의 높은 찬성 요건을 둔 것도 여야가 협의해 처리하란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대 야당만으로 5분의 3 찬성이 가능해지면서 이런 입법 폭주가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과 농민 보호를 위한 법이라지만 거부권에 이어 법안이 재차 법사위에서 계류됐던 건 양곡법 개정안이 그만큼 무리한 입법이기 때문이다. 이 법은 쌀값이 급등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양곡을 판매하는 등의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제2 양곡법에선 이전의 초과 생산량 ‘전량 매입’ 부분을 빼 매입 의무를 완화했다지만, 쌀값 하락 때 정부가 의무로 사들이도록 한 기본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로 인한 과잉 생산 우려와 재정 부담, 농민들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때 이런 법안을 만들면 나라 곳간은 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정 나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입법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도 이런 식인데 범야권이 190여석을 가진 22대 국회에선 또 얼마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이뤄질지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민주당은 22대 땐 국회의장은 물론, 법사위원장도 자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의석에 본회의와 법사위 개회 및 법안 회부권까지 갖게 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입법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민주당은 그게 총선 민심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 마음을 한참 잘못 읽은 것이다. 국민은 독선적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고 여권에 채찍질한 것이지, 민주당이 잘했거나 입법권을 막무가내로 행사하라고 찍어준 게 아니다. 그와 반대로 여야 협치로 생산성 높은 국회를 만들고, 퍼주기성 입법 대신 민생 입법에 매진하라는 게 진짜 민심이다. 민주당이 이런 점을 명심해 절제된 입법과 합리적인 국회 운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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