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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박수 칠 때 떠나지 마세요

임세정 문화체육부 차장


최근 주목받는 배우 김성철을 만났다. 장강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 개봉을 앞둔 때였다. 김성철은 “박수 칠 때 떠나란 말이 있지만 사실 박수 칠 때 계속하고 싶다. 안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해내고 있는 지금이 감사하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해 내 연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볼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앞서 한 이야기를 부연했다.

배우 김고은 박소담 안은진 이상이 등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설의 10학번’으로 불리는 김성철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뮤지컬에서 먼저 아이돌급 인기를 얻었다.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를 만든 신원호 PD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서 그에게 조연을 맡기며 연기 활동의 반경이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아직 은퇴를 이야기할 나이도 아니고, 배우로서 그런 시기를 맞이하지도 않았다. 다만 다양한 무대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받으면서도 ‘오랫동안 더 많이 해내고 싶다’고 욕심내는 모습을 보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에서 힙합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이지만 ‘스모크’로 빌보드가 뽑은 ‘2023년 최고의 K팝’에 이름을 올리고도 ‘강퇴’(강제퇴장)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놨다. 시장에서 그들의 음악을 더 이상 원하지 않을 때가 올 수 있고 원하지 않더라도 활동을 그만둬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에 대한 대중의 기호와 소비 패턴이 바뀌었고 관록의 아티스트라도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슬픈 고백이다. 멤버 개코는 인터뷰에서 “요즘 우리끼린 ‘강퇴 당하기 전에 은퇴하지 말자’ ‘할 수 있을 만큼 해보자’는 얘길 나누곤 한다”고 했다.

박수 칠 때 떠난다는 표현은 한 분야 또는 집단에서 성공한 사람이 전성기가 끝나기 전에, 아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미련 없이 일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것을 말한다. 쇠락기에 따라오는 불명예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박수칠 때 떠나는 데에는 분명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더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안정적이지만 낡은 사고를 비집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도가 들어올 틈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계의 재능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꼭 알맞은 결말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얼굴이 곧 장르’인 아티스트들을 생각할 때 특히 그렇다. 량차오웨이, 류더화 주연의 영화 ‘골드핑거’가 지난 10일 개봉했다. 누아르 영화의 귀환을 반기는 사람이 있을 테고, 그저 두 배우의 투 샷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띵작’(명작)으로 꼽히는 ‘무간도’ 시리즈 마지막 편 이후 20년 만에 함께 작품을 찍었다. 취향과 관계없이 그들은 홍콩 영화 그 자체이며 ‘올타임 레전드’라 불릴 만하다.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에서 관객들은 또 다른 감흥을 느낀다.

무대에서 너무 빨리 사라진 아티스트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아직 살아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무대에 서 있다면 대중에게 더 많이 주었을 감동적 결과물, 후발주자에게 더 많이 주었을 긍정적 영향을 상상하곤 한다. 물론 반대의 결말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인류 발전을 이끈 건 ‘긍정 회로’를 돌리는 이들이라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미 존재할 수 없는 ‘더 이로운 결말’이 안타깝다. 그러니 제발 박수 칠 때 떠나지 말아 달라고, 오래오래 우리 감성을 채워 달라고 말하고 싶다.

임세정 문화체육부 차장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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