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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자투표

고승욱 논설위원


전자투표의 사전적 의미는 투개표 등 선거 과정에 전자적 수단이 사용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컴퓨터 없이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자들은 ‘유권자가 투표지에 표시할 때 전자수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자투표를 좁게 정의한다. 선거관리인이 설치한 투표소에서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투표소 전자투표’이고, 어디서든 PC나 스마트폰으로 투표한 뒤 결과를 원격 컴퓨터에 저장하는 건 ‘인터넷 전자투표’다.

투표소 전자투표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인다. 19일 시작되는 인도 총선에는 EVM(electronic voting machine)이라는 전자투표기 112만개가 투입된다. 유권자가 무려 9억6900만명이어서 투표 종료까지 44일이나 걸리지만 절차는 단순하다. 자격을 확인받은 유권자가 EVM 스크린에 7초 동안 나타나는 후보 중 한 명을 터치하는 게 전부다.

19세기부터 투표용지 대신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기는 투표기를 썼던 미국에서는 다양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2000년 대선 때 논란을 일으킨 펀치카드 투표시스템 ‘보토매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많은 주에서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DRE(Direct Recording Electronic) 시스템을 사용한다. 반면 인터넷 전자투표는 주춤한 상태다. 캐나다, 호주, 북유럽 일부 국가가 지방선거에 인터넷 전자투표를 도입했지만 ID를 도용한 부정투표 사례가 나왔다. 프랑스와 노르웨이는 시범 사업마저 중단했다.

우리나라에는 전자투표가 도입되지 않았다. 투표지 자동 분류기를 과거 전자개표기라고 부른 적은 있지만 전자투표와 거리가 멀다.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를 센서가 인식해 분류하는 보조장치에 불과하다. 한두 번 오작동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오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1만2000명 넘게 동원돼 실시한 수검표가 의미 없는 일이 됐다. 그런데도 컴퓨터를 조작해 선거 결과를 바꿨다는 음모론은 여전히 활개를 친다.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집이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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