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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유가·구리… ‘원자재 랠리’ 어디까지 갈까

달러와 원자재 동시 오르는 이례적
지정학적 위기·산업 수요 확대 관건
종합상사 등 국내 업체에는 단기호재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로 원유를 비롯한 리튬,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꿈틀거리고 있다. 통상 미국 달러가 강세일 때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금융과 실물 자산이 모두 치솟는 이른바 ‘에브리씽 랠리’ 속에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며 달러와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 수요 증가보다 공급 축소 등 외부 변수로 가격이 오르는 탓에 산업계 표정은 복잡하다.

17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은 연초 t당 8만6500 위안에서 지난 16일 10만9500 위안으로 석 달여 만에 26.6% 상승했다. 한때 t당 30만 위안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지만, 바닥을 다지고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연초 배럴당 70 달러에서 최근 85 달러까지 21.4%가량 뛰었다. 산업 경기를 반영해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리는 구리(동)도 같은 기간 t당 8430 달러에서 9377 달러로 11.2% 상승했다. 알루미늄·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도 각각 연초 대비 7.5%, 6.0% 올랐다.

문제는 이런 상승세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 등의 위축으로 주요 광물 기업이 감산에 돌입하고, 세계 각국의 ‘광물 전쟁’ 격화가 공급을 위축시킨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미국 앨버말과 호주 BHP는 수익성 악화로 리튬·니켈 사업 축소에 나섰다. 중국 주요 광산과 제련소도 생산 감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엔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알루미늄·니켈 등의 수입 금지 조치를 발표해 알루미늄 가격이 일시적으로 9.4% 치솟는 현상이 나타났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 변동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AI) 등 전력 수요 급증의 바람을 탄 구리는 ‘이유 있는’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AI 관련 데이터센터 유지 등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만큼 전력망 확충과 전선에 들어가는 구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AI 산업 확대로 2030년까지 세계 구리 수요가 최대 100만t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회복의 추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광물 가격 반등은 국내 배터리 및 소재 등 제조기업과 종합상사 등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존에 낮은 가격에 사들인 원자재를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런 흐름이 중국의 공급 확대를 촉발해 원자재 가격이 위아래로 요동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요 공급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진 상황”이라며 “하반기 경기 회복 본격화로 완만한 가격 흐름이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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