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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830 기수론

손병호 논설위원


1971년 야당인 신민당의 김영삼 의원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40대 기수론’을 내걸었다. 신민당의 노쇠한 정치인들로는 젊은 쿠데타 세력을 상대로 정권교체를 하기 어렵다는 명분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선 ‘386 세대’가 등장했다. 30대이고,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 출생자들로, 새천년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피 수혈론’에 따라 대거 영입됐다.

22대 총선을 거치면서는 ‘830 기수론’이 주목받고 있다. 80년대생(90년대 초반 포함)이고, 30대이며 00년대 학번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당선인 300명 중 30대 이하 정치인은 14명인데, 국민의힘·국민의미래 5명,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7명, 개혁신당 2명이다.

수는 적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존재감은 남다르다. 국민의힘에선 김재섭·김용태 당선인이 대표적인 30대들인데 차기 당권주자로도 거론된다. 민주당에선 이소영·전용기 의원이 살아남아 ‘30대 재선의원’이 됐다. 개혁신당엔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당선인이 있다.

이준석 대표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 80년대생 정치인 모임을 추진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모처럼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젊은 정치인들은 여야 충돌 때 행동대장이나 싸움닭 역할을 하기 일쑤였다. 또 특정 계파에 휩쓸려 계파 이익만 대변하거나, 계파 막내로 자기 목소리를 못 내고 쥐 죽은 듯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적으로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30대 당선인들 중에는 그간 여야 지도부나 대통령실의 잘못에 대해 당당히 할 말을 하고, 비교적 정제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자기주장을 펴온 이들이 많다. 또 바로 영입돼 쉽게 당선된 경우보다 정치권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살아남은 자수성가형 정치인이 다수인 점도 이전과 비교된다. 30대 당선인 비율이 전체 의원의 4.6%다. 하지만 이런 자질을 가진 이들이라면 앞으로 펼칠 활약은 그 10배 이상이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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