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 사이 흐르는 협력·견제 두 줄기 강, 와류 되나

동지·경쟁자 관계 병존 李·曺와 정국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이 압승을 거둔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관계가 복잡미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모두 187석을 확보해 범야권의 세력을 키운 ‘동지’이지만 거대 야권을 이끌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된 ‘경쟁자’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조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이 대표의 대권 플랜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각각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은 윤석열정부에 맞서 손을 잡으면서도 미래 권력을 놓고는 견제할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됐다.

‘단독 과반’ vs ‘캐스팅보트’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해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등을 결정할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양측 모두 국회 운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처럼 상임위원회 활동을 주도하고 원하는 법안을 여당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섰을 때 이를 저지하려면 조국혁신당의 지원이 필요하다. 무제한토론 강제 종결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석) 찬성으로 의결하는데 민주당으로선 5석이 부족하다. 야권에서 유일하게 5석 이상 가진 조국혁신당의 동참 여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3석, 새로운미래는 1석을 갖고 있다. 이 중 개혁신당은 민주당과 항상 보조를 맞출 것이란 보장이 없다.

최장 330일 이후 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상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도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요건과 같은 180명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민주당이 개별 상임위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본회의에 직부하려면 조국혁신당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조국혁신당 역시 민주당 동의 없이는 1호 법안으로 예고한 ‘한동훈 특검법’ 등을 추진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지난 17일 “한동훈 특검법을 1호로 발의하겠다는 것이지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며 “한동훈 특검법을 잠시 미뤄두고 민주당 의사일정에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원내교섭단체가 아니어서 국회 의사일정 및 안건 협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이재명의 ‘조국 견제’ 본격화

민주당 내부에는 이미 조국혁신당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200석이 안 되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 등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러면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는데 21대 때와 뭐가 다르냐’고 실망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에 올라탈 곳이 조국혁신당”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의원들에게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새 원내대표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의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강한 대여투쟁을 예고한 조국혁신당을 의식해 민주당 역시 친명계 강경파를 원내 사령탑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국면에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가 되면 의사일정 변경 요구권, 국무위원 출석 요구권 등을 갖고 소속 의원은 상임위 간사 등을 맡을 수 있다. 그만큼 조국혁신당의 원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어서 민주당으로선 달가울 리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된 사안은 여야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다.

비명계 결집·호남 여론이 관건

정치권에선 조 대표가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명계를 얼마나 결집하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민주당 내 친문계 의원들이 조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조 대표가 이 대표의 대권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총선 결과 조국혁신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정당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광주·전남·전북에서 조국혁신당은 각각 47.72%, 43.97%, 45.53%의 표를 얻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각각 36.26%, 39.88%, 37.63%)을 모두 앞섰다. 특히 광주에선 양당 득표율 격차가 11.46%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조국혁신당 당선인들은 오는 22, 23일 총선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와 전북 전주를 찾아 당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대표와 조 대표의 주도권 경쟁에서 최대 변수는 사법리스크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된 상태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확정되면 조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이고 징역 2년에 피선거권 제한 5년이 추가되면서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대표도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와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3가지 사건으로 각각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형에 따라 의원직 상실 및 피선거권 제한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대권 도전 여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와 조 대표 모두 대선 완주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선 박장군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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