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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책 어젠다 주도 능력 보여줘야 야당과 협치 가능”

[논설위원의 질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입력 : 2024-04-19 00:45/수정 : 2024-04-21 17:40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지난 15일 국민일보 본사 소회의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4·10 총선 소회를 풀어내고 있다. 총선 전후로 가장 바쁜 평론가 중 한 명인 최 소장은 정권심판론이 워낙 거세 기존의 선거 상식을 벗어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에 따른 정권심판론이 중도층의 조국혁신당 지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현규 기자

4·10 총선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통상 선거를 치를 때는 당이 승리하기 위해 중도 확장을 꾀하고 내부 분열을 최소화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런데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대변되는 배타와 독선의 공천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내로남불의 상징으로 중도층 이반을 초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해 돌풍을 일으켰다. 구태의연한 공천이 없지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중도층이 외면하는 막말과 내분이 적었던 국민의힘은 여당 사상 최악의 패배를 맛봤다.

전례 없는 정권심판론이 기존의 선거 문법을 해체한 것이다. 난다 긴다 하는 정치 평론가들도 이런 기현상에 애를 먹었다. 지난 15일 만난 최병천(51)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판세 예측 실패부터 사과했다. 그는 여당이 12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봤다. 국회의원 보좌관, 여론조사기관 책임자, 서울시 정책보좌관, 경제연구소장의 이력에서 보듯 현장 정치와 민심 동향에 정통한 인사다. 저서 ‘좋은 불평등’ ‘이기는 정치학’ 등을 통해 한국 정치와 경제의 맥을 짚는 데 탁월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럼에도 총선 판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

최 소장은 “정권심판론으로 조국혁신당이 중도층의 지분을 차지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일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총선 후 정국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 어젠다(의제)를 주도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야당과의 협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JP 역할을 맡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을 총선의 가장 큰 분기점으로 꼽았다.

“이종섭 파동과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절묘히 겹치며 예상외의 파괴력을 보였다. 총선 직전 설문조사에서 중도층 중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와 조 대표가 2심 판결까지 받은 뒤 중도층 시각이 바뀐 것 같다. 김건희 이종섭 문제가 쌓이면서 ‘조국은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왜 너희들은 조사조차 안 받냐’ 그런 정서로 봐야 한다. 윤 대통령의 ‘역내로남불’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조국의 2심 선고가 엉뚱하게 민주당의 중도확장 원인이 된 셈이다.”

-대파 논란도 뜨거웠다.

“대파 논란은 경제 정책이 잘못돼 나온 게 아니다.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나랏일(물가)에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내만 감싸고 나랏일에는 무심해 보인 데 따른 공분이다.”

-21대 국회보다 범야권에 강성 인물들이 훨씬 많아졌다. 특검 추진에 탄핵 주장도 나왔다.

“국민적 대의명분이 있는 특검을 골라서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채 상병, 이태원, 김건희 특검 정도. 국민의힘을 분열시킬 수도 있는 카드다. 탄핵은 역풍 때문에 추진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단연 화제는 이준석 대표의 당선이다. 향후 위상을 예상한다면.

“대선 후보급 정치인이다. 차기 대선에만 국한한다면 세대구조 버전의 JP가 될 것이다. 보수의 6070과 진보의 4050은 투표율로 보면 비슷한 숫자여서 키를 쥔 게 2030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소구력을 가진 이가 이준석이다. 2030은 JP의 충청이 스윙보터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한 위치다. 당세 차이로 단일화 경쟁에서 이준석이 이기긴 어렵겠지만 DJP 연합처럼 지분을 얻고 공동정부를 꾸릴 순 있다. 독자로 나가면 상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캐스팅보터 파워가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협치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거다. 지난 2년간 정책 협치가 안 된 것은 대통령이 야당 협조를 이끌 어젠다 주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 지원 말고 정책으로 야당을 견인했던 게 뭐가 있었나. 3대 개혁 얘기는 했는데 레토릭만 있었지 정부 입법조차 하나 없었다. 노동·교육 개혁은 제풀에 꺾였고 연금개혁도 불투명해졌다. 야당이 반대해 3대 개혁이 헛돈 게 아니다.”

-어떤 어젠다를 내놔야 할 것 같나.

“전략산업(반도체·이차전지·방산·우주항공) 지원과 1500만 주식투자자를 위한 기업 밸류업 정책은 국가 경제 미래를 좌우할 분야여서 야당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젠다 세팅에는 국민 지지도 필요하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좋은 참고 사례다. 과거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거셀 때 마크롱은 기후 이슈를 내걸고 두 달간 직접 국민을 만나는 전국순회 토론회를 했다. 그의 지지율은 다시 올랐고 나중에 연금개혁도 해냈다. 어젠다 한두 개를 정해서 대국민 소통을 하면 불통 이미지는 사라진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될 수 있을까. 반기업 정서는 여전해 보인다.

“정무적 압박을 가하되 민생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하는데 내놓은 정책이 대부분 젊은층이 거부감을 느끼는 현금복지 위주다. 민생 콘텐츠가 약한 게 문제다. 기초연금 개혁 같은 이슈를 제기하면 젊은층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공학적으로 지지층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대립각을 간간이 세우겠지만 노골적이진 않을 것이다. 부자감세를 반대한다고 반도체 세제혜택을 걸고넘어지면 코너에 몰리지 않겠나.”

-보수가 다시 서려면.

“스마트 보수의 등장이 절박해졌다. 윤 대통령의 행보는 권위주의 회귀로 비쳤다. 권위주의와 단절한 점진적·합리적 절차를 중시하는 개혁적 보수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준석이나 국민의힘의 젊은 당선자 같은 개혁적 보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병천 소장은=▲1973년생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 민주연구원 부원장, 서울시 정책보좌관, 국회 보좌관 역임 ▲저서 '좋은 불평등' '이기는 정치학'


고세욱 논설위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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