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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색각이상자의 취업 제한

전석운 논설위원


방송인 신동엽은 가을 단풍을 즐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적색과 청색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색약인이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작가 이현세는 색약 때문에 미대 진학을 포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의 전재준은 적록색약을 앓고 있어서 빨간 렌즈를 착용하지 않으면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색각(色覺)이상은 색약과 색맹으로 나뉜다. 적색, 녹색, 청색 3가지 색상 중 어느 하나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색약이고, 아예 식별하지 못하면 색맹이다. 색각이상자에게는 취업에 제약이 많다. 화가나 디자이너는 물론 항공기 조종사, 철도 기관사가 될 수 없다. 공무원 중에서도 경찰관과 소방관, 교도관 채용은 오랫 동안 색각이상자들의 응시를 제한해왔다. 경찰관에게는 도주 차량의 색깔 판별이 중요하고, 소방관에게는 화재나 연기, 소방장비 색깔 구분 능력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다. 교도관도 수감자 명찰과 신분카드 등의 색깔 구분 능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해보니 경미한 색각이상이 있어도 이들 공직을 수행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직무에 지장이 없다면 차별하지 않는다. 적색, 녹색, 황색 정도를 구분하면 소방관이 될 수 있다. 미국 뉴욕에서 가벼운 색각이상은 경찰관 채용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 남자의 5.9%, 여자의 0.44%가 색약이상자다. 대략 160만명이다. 이중 20만명이 취업연령대인 20대다. 이들은 색각이상자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고 있다.

한국 경찰이 뒤늦게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규정을 고쳐 앞으로는 녹색과 청색을 명확하게 구분 못하는 중도 색각 이상자도 경찰관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공무원은 이미 2017년부터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채용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민간에서도 색각이상을 이유로 채용을 차별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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