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이방인 기억 속 ‘한국의 냄새’… 낯선데 익숙하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개막
세계 332명 작가 ‘이방인’ 주제 전시

입력 : 2024-04-16 19:37/수정 : 2024-04-17 00:29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이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17일(현지시간) VIP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됐다. 자르디니 공원에 있는 한국관에서도 공식 개막행사가 열렸다. 한국관은 이설희·야콥 파브리시우스 공동감독이 구정아 작가와 함께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한반도의 향'을 시각화하는 전시를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어디에나 이방인(Foreigners Everywhere).”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하는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제전인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이 자르디니공원과 아르세날레 일대에서 17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VIP에 사전 공개됐다. 베니스비엔날레는 건축전과 미술전이 매년 번갈아 열린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다른 비엔날레와 달리 매회 선정되는 총감독이 주제와 참여 작가를 뽑아 전시를 선보이는 본전시, 국가별로 전시를 여는 국가관 전시의 투 트랙으로 진행이 된다.

총감독을 맡은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 관장)는 ‘어디에나 이방인’을 주제로 전 세계 총 332명 작가를 초청해 19세기 조선소 창고를 개조한 아르세날레 등지에 이들의 작품을 펼쳐 보였다. 그는 “외국인 이민자와 실향민, 망명자, 난민 예술가들의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히토 슈타이얼, 테레사 모솔레스, 잉카 쇼니바레, 슈퍼 플렉스 등 글로벌 스타 작가들이 초청받았다.

그 가운데 한국 작가로는 1988년에야 해금된 월북 작가 이쾌대(1913∼1969), 40년 가까이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해온 여성 조각가 김윤신(89), 성소수자 이야기를 예술로 엮은 이강승(46), 100원 동전에도 쓰인 이순신 표준 영정을 그린 한국화가 월전 장우성(1912∼2005)이 초청됐다. 동시대 작가뿐 아니라 작고한 근대 작가를, 또 전통적인 방식으로 회화를 제작한 한국화 작가까지 초청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드리아노 페드로사가 총감독을 맡은 본전시에 초대된 월북 작가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자르디니 공원에는 옛 신전 모양의 국가관 건물이 산재해 있다. 각국은 그 건물에서 자체적으로 큐레이터와 참여 작가를 뽑아 전시한다. 베니스비엔날레가 국가별 대항전 형식의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날 오후 4시 공식 개막식을 가진 한국관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이설희(37·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덴마크인 야콥 파브리시우스(54·덴마크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가 공동 감독 체제로 전시를 꾸리며 이들이 선정한 구정아 작가는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내세워 그야말로 ‘냄새’를 선보였다. 오도라마는 영어로 냄새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쳐 만든 단어다. 전시팀은 실향민, 새터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한인,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한국계 입양인 등 전 세계에 거주하는 한국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반도의 도시와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수집해 전시했다. 할머니 옷장에서 나는 나프탈렌 냄새, 북녘 과수원에서 풍기던 사과꽃 내음, 온돌방 냄새, 공중목욕탕 냄새, 배기가스의 매연냄새…. 그들이 적어 보낸 냄새의 기억은 다양했다. 구 작가는 “사연을 분석해보면 특정 시기에 특정 향기가 반복되는 특성이 있었다. 향기가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향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기 위해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로 기능하는 브론즈 조각을 설치했다. 뫼비우스 띠 형태로 구현된 두 개의 나무 설치 작업은 작가가 1990년대 창안한 무한 변신 개념인 ‘우스’를 상기시킨다. 이 조각을 이용해 16개의 향을 분사한다. 전시팀은 “한국관의 향기 여행을 통해 그 범위가 갈수록 확장될 한국인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범주가 넓어지기를, 또 한국인으로 선뜻 포섭되지 않는 부류와도 교류가 이어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영국에서 활동해 온 이숙경(55)씨가 한국인 최초로 일본관 큐레이터를 맡았다. 이씨는 런던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출신으로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영국 맨체스터대학 부설 휘트워스미술관 관장으로 있다. 또 2022년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활약한 김해주(43) 싱가포르아트뮤지엄 큐레이터가 싱가포르관 큐레이터를 맡는 등 ‘K-기획자’ 시대를 열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2세기 건립된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한국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모든 섬은 산이다’를 열었다. 특별언급상을 받은 전수천 강익중 이불 등 역대 작가 30여명이 출품했다.

공식 행사장 주변에서 열리는 병행 전시도 풍성해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이 ‘유영국: 무한 세계로의 여정’을 열었고,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재불화가 이성자(1918∼2009) 회고전을, 갤러리현대는 신성희(1948∼2009)의 박음 회화, 엮음 회화 연작을 전시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