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에 첫 베니스 입성… “난 아직도 멀었다”

본전시 초청된 김윤신 조각가

1988년에 한국 떠나 해외 거주
“내가 작업하는 곳이 곧 내 고향”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초대된 김윤신 조각가(아래)와 그의 나무 조각 작품. 김 작가는 한국에서 접하지 못하는 목질이 단단한 나무에 반해 아르헨티나로 이주, 그곳에서 40년 가까이 활동했다.

원로 김윤신(89) 조각가는 올해 리만머핀갤러리, 국제갤러리 전속에 이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생애 처음 초청되는 등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가 지난해 서울 남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할 때만 해도 해도 이런 ‘대박 스타’가 되리라곤 누구도 몰랐다. 1988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년 가까이 한국의 경계 밖에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직도 내던질 만큼 그를 반하게 한 단단한 목질의 아르헨티나 현지 나무와 전기톱이 만나 순식간에 만들어진 추상적인 조각 형태는 원초적 에너지를 뿜어내며 관객을 환호하게 했다. 작가 연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도 그때 전시장을 찾았다. 김 조각가를 베니스로 출국하기 전인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만났다.

-페드로사 감독을 만났나.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비엔날레에 초청 메일을 보내면서 전시장에서 고른 출품 희망 작품 8점의 사진을 첨부했더라.”

-베니스에 가본 적은 있나.

“한 번도 없다. 내가 이렇게 촌스럽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누구의 영향을 받는 걸 싫어했다. 좋든 나쁘든 나 혼자의 예술의 세계를 이 세상에 남기고 간다, 그런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다.”

-나무 조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일제강점 때 (태평양전쟁을 앞두고) 아름드리 좋은 나무 중 소나무만 쓰러져 있는 걸 봤다. 동네 할아버지가 ‘일본 놈들이 전쟁이 나니까 기름이 없어 비행기가 안 뜬다고 소나무 기름을 짠다며 잘랐다’고 하더라. 어린 마음에 어떻게 하면 저걸 세워 살릴 수 있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

-너무나 정정해 보인다. 건강 비결이 궁금하다.

“톱질 때문에 건강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전기톱은 무겁고 속도가 빠르게 막 돈다. 무서워서 정신이 하나로 몰릴 수밖에 없다. 조금만 딴 생각해도 체인이 벗겨져 얼굴에 튀면 다치니까. 40년을 그 전기톱을 손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다.”

-이력을 보면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돌을 찾아) 멕시코, 브라질에서도 몇 년씩 머물렀더라. 한국에서 떨어져 살면서 향수에 젖거나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없었나.

“내가 작업하는 곳이면 어느 지역이나 내 고향이야. 고향이 따로 없어요. 멕시코 브라질 가서 힘들게 고생하면서도 여기가 내 고향이야,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구십에 처음 베니스에 나가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주위에서 다 축하해준다. 하지만 난 아직도 내가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베니스에서 가서 전체 전시를 보면서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며, 나를 촉진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고마울 뿐이다.”

글·사진=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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