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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4월의 기억


4월 15일은 타이태닉호 참사 112주기를 맞는 날이다. 1912년 4월 14일 주일 밤, 갑판에서 견시(見視)하던 선원이 빙산을 감지한 지 1분이 채 못돼 타이태닉호는 빙산에 충돌하고 만다. 15일 월요일 새벽, 수면 아래로 배가 완전히 가라앉으면서 승객과 선원 1514명이 사망했다. 미국 경영학자 에이미 에드먼슨의 표현을 빌리면 이 참사는 ‘예방 가능한 실패’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타이태닉호는 사고 당일 인근을 지나던 여러 선박에 빙산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를 6차례나 받았다. 하지만 승객용 전신(電信) 서비스를 위해 고용된 타이태닉호의 통신사는 항해 관련 메시지 처리를 자기 업무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고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 선원들은 빙산이 코앞에 닥치기까지 배를 몰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문제점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안타까웠던 건 빙산의 위험을 알린 선박 중 하나인 캘리포니안호가 타이태닉호로부터 불과 16㎞ 떨어진 위치에 있었음에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고를 무시한 타이태닉호의 통신사가 구조 요청을 알렸을 때 그날 임무를 마친 캘리포니안호의 통신사는 이미 잠든 상태였다. 결국 93㎞ 거리의 여객선 카르파티아호가 신호해 응해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침몰한 지 1시간40분이 지난 뒤였다.

타이태닉호의 통신사가 경고 메시지에 올바로 대처했더라면, 캘리포니안호의 통신사가 잠들지 않았더라면, 구명정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더라면…. 우리는 타이태닉호의 참사를 예방할 수 있던 여러 가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우리는 4월 16일, 모두의 가슴을 수장시킨 세월호 침몰 사태를 함께 생각해본다. 이 모두 ‘예방 가능한 실패’였고 ‘복합적 실패’로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실패다.

그런데 실패에는 또 다른 유형이 있다는 게 에드먼슨의 주장이다. 이른바 ‘창조적 실패’다. 이전에 가지 않은 길을 가려 할 때 따르는 실패로서 성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과도 같다. 분명 실패가 예측되지만 그 길을 포기하면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도 포기해야 하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15일은 역사적으로 이런 길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어진 것임을 기념해야 하는 날이다. 유월절을 한 주 앞두고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자손과 더불어 싯딤에서 떠나 요단에 이르러 건너가기 전에 거기서 유숙” 하며 가나안 정복을 준비했다.(수 3:1) 유대 월력상 2024년에는 유월절이 4월 22일이므로 한 주 전이면 4월 15일이다. 그리고 사흘 후, 즉 4월 18일 이스라엘은 요단을 건너 가나안에 입성했다.

그때 그 길, 이스라엘이 요단 동편에서 출발해 강을 건너 가나안으로 들어간 길을 가리켜 하나님은 “너희가 이전에 지나보지 못한 길”이라고 말한다.(수 3:4) 에드먼슨이 말하는 가보지 않은 새 길, ‘창조적 실패’의 위험을 과감히 끌어안고 반드시 가야 하는 그 길이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어진 사건이다.

우리는 이런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에드먼슨은 이렇게 조언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라.’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라.’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하라.’ 물론 중요한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다. “그 뒤를 따르라.”(수 3:3) 하나님의 언약궤를 따르라는 것이다. “너희와 그 사이 거리가 이천 규빗쯤 되게 하고 그것에 가까이하지는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행할 길을 알리니….”(수 3:4) 언약궤와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 온 백성이 언약궤의 나아감을 보고 알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 지시를 “관리들이 진중으로 두루 다니며 백성에게 명령하여” 알게 했다.(수 3:2~3) 모든 백성이 그 지시를 받고 따랐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백성은 ‘지나보지 못한’ 새 길을 따라 실패 없이 가나안으로 입성했다.

박성현 (미국 고든콘웰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수석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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