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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운동복 성차별

이동훈 논설위원


‘남성의 스포츠, 여성의 환호 갈채’라는 1896년 제1회 아테네 대회 구호에서 볼 수 있듯 올림픽은 태생 자체가 남성 중심의 스포츠 제전이었다. 쿠베르탱 남작의 근대 올림픽 창시가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게 군사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지 못한 때문이란 반성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여자들의 움직임은 경기의 엄숙함을 해친다. 올림픽에서 여성은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테네 대회에 여성이 참석하지 못한 건 당연지사였고 2회 파리 대회에서 20여명만 출전할 수 있었다.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 비율이 51%대 49%로 비슷해진 건 125년이나 지난 2020 도쿄 대회였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첫 성평등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대회답게 각국 선수단의 기수도 남녀 선수 한 명씩 배치했다. 혼성 종목도 9개에서 18개로 늘었다.

비슷해진 참가자 비율만으로 성차별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나이키사의 미국 여자 육상선수 운동복 디자인이 다리와 골반을 드러낸 수영복과 흡사해 올림픽이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전 장거리 미 국가대표인 로런 플레시먼은 SNS에 “이 옷이 실제로 기능적으로 좋다면 남성들도 입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걸 고려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이 전신 슈트를 입고 경기에 나왔던 것만 봐도 여자 선수들이 얼마나 상품화에 불편해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한배구협회도 2020년까지 여자 선수 운동복 하의 규정으로 ‘반바지 스타일(치마바지)이거나 골반 쪽으로 파인 삼각형 모양이어야 한다’를 고집했었다. 배구 팬들 항의에 할 수 없이 ‘허리와 길이는 헐렁하거나 느슨하지 않게 몸에 잘 맞아야 한다’로 바꿨지만, 바지 길이가 변했다는 느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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