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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재키 로빈슨 데이

정승훈 논설위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는 30개 팀이 있는데 일정 문제로 모든 팀이 경기하는 날은 정식 개막일과 독립기념일 등 5일밖에 없다. 그 중 하루가 4월 15일 ‘재키 로빈슨 데이’다. 재키 로빈슨은 흑인 최초로 MLB에 진출해 인종 장벽을 깨뜨린 인물이다. 로빈슨이 MLB에 데뷔한 1947년 4월 15일을 기념해 매년 4월 15일 경기에는 30개 팀이 전부 참여하고, 선수들은 그의 등번호 4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등번호 42번은 리그 영구결번이어서 MLB 팀에는 등번호 42번 선수가 아무도 없지만 이날은 모든 선수가 42번으로 출전한다.

로빈슨은 MLB 데뷔 전 마이너리그에서 1년을 보냈다. 흑인 출전을 이유로 경찰이 출동해 감독을 체포하겠다고 한 적도 있었고, 낮 경기인데도 상대팀이 조명탑 고장을 핑계로 경기를 취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MLB 데뷔 후에도 그가 타석에 서면 머리를 향해 투구가 날아오기 일쑤였고, 수비할 때는 주자들이 베이스 대신 그의 다리를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원정 숙소에서 흑인을 받아주지 않아 혼자 먹고 자는 일은 일상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우며 데뷔 3년 차인 1949년 타격왕과 MVP를 차지했다. 1956년 은퇴한 후 1962년 흑인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로빈슨은 시민으로서도 훌륭했다. 은퇴 후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인권운동에 앞장섰고, 대출이 거의 봉쇄돼 있던 흑인들을 위한 프리덤 내셔널 뱅크 설립을 이끌었다. 그의 사후 미 의회는 콩그레셔널 골드메달을, 미 정부는 대통령자유메달을 수여했다.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해 재키 로빈슨 데이에 “재키의 삶이 있었기에 아시안, 라틴아메리칸, 흑인들이 현재 차별없이 MLB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94년 박찬호 이후 올해 이정후까지 우리나라 선수들 27명이 MLB에서 활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니 로빈슨의 삶이 새삼 의미있게 느껴진다.

정승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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