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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퇴행과 포퓰리즘으로 얼룩진 총선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총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온통 관심은 원내 1당이 어느 당이 될지,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지 여부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번 총선 과정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총선 이후 정치권이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상식이 작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 선거의 기본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에서 보여준 퇴행이다. 여야는 총선거 후보 등록일(3월 21일)이 지나도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갈팡질팡하면서 혼란을 키웠다. 후보자는 어느 선거구에 출마할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가 됐다. 선거를 겨우 41일 남겨놓고 선거구를 획정했다. 선거법 제24조의2(국회의원 지역구 확정)에 의하면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국회는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직무 유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선거법이 여야 합의가 아니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대표의 단독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등에서 여야가 함께 논의했던 협상을 깡그리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태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가 2022년 대선 당시 ‘기득권 내려놓기’를 공언하며 ‘비례대표 확대, 비례대표 제도 왜곡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여전히 ‘꼼수 위성정당’이 생기고, 국가 정체성이 의심받는 세력들이 비례 통합정당을 숙주로 삼아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가져올 치명적인 정치적 폐해는 총선 후에 위성정당이 거대 양당으로 합당되어 오히려 양당 체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둘째,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이다. 집권당은 다원성과 자율성을 상실한 채 대통령실과 수직적 통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거대 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사당화되면서 사실상 시스템 공천은 사라졌다. 여당 공천은 ‘현역불패, 무감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민주당 공천은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상징되는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여야 모두 후보 필터링 기능이 무력화되어 막말을 일삼던 사람들을 검증하지 못해 공천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한 중진 언론인은 “정당 보스가 제멋대로 후보를 공천해 ‘막대기’처럼 꽂아도 ‘금배지’를 만드는 선거”라고 혹평했다. ‘잘못된 선택’(공천)은 필히 의정 활동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여하튼 공천 과정에서 권력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부족적 조직 문화’가 판을 쳤다.

셋째, 포퓰리즘 공약이다. 여야가 구체적인 재원 대책도 없이 선거에서 표만 얻기 위해 ‘일단 지르고 보자’ 식으로 내놓는 포퓰리즘 입법과 공약은 국가 재정을 도탄에 빠뜨릴 위험한 발상이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이 그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입법부의 폭정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위험 요소’라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 조사(22∼24일)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 역할에 대해 13%가 ‘잘했다’, 80%는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제22대 국회가 환골탈태해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선 무엇보다 총선 과정에서 드러난 합의 실종, 부족적 조직 문화, 포퓰리즘 유혹 등의 문제점을 혁신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들이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국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대화와 타협의 협치가 가능한 국회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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