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대북제재 감시 막은 푸틴… 김정은, 2차 정찰위성 쏘나

러 반대로 안보리 감시기구 무력화
북핵·통치자금에 숨통 트일까 우려
4월 도발 전망 속 푸틴 방북 변수로
전문가 “주요국 중심으로 뭉쳐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북한과 밀착한 러시아의 임기 연장 거부로 이달 말 활동이 종료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해 왔던 CCTV가 사라지는 것이다. 유엔 감시망에서 벗어난 북한은 오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등 중요 정치 행사를 계기로 무력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에 이은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이 높다.

15년간 작동해온 대북제재 감시망 해체


오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됐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임기 연장에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반대하고 중국은 기권했다. 임기 연장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 패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핵심 기구였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10월 북한의 제1차 핵실험에 대응해 결의안 1718호를 통과시킨 뒤 ‘1718위원회’, 지금의 대북제재위를 출범시켰다. 북한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유엔은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대북제재위 산하에 전문가 패널을 설치했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3월(최종)과 9월(중간) 보고서를 발간해 북한의 제재 회피 실태를 소개하고 대북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행되는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를 축적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이 2018년 파괴한 풍계리 핵시설을 복원해 추가 핵실험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겼다. 2020년 보고서는 북한의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다른 나라 국적을 도용해 해외에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마지막 보고서에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지난해 후반부터 북한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상세하게 담겼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을 눈엣가시로 여겼고 이번에 임기 연장을 비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리 대북제재는 새로운 결의가 없다면 기존 내용이 유지되지만 정작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할 기구가 사라지면서 제재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런 상황을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유엔이 담보했던 공신력이 사라진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북제재 분야에서 유엔을 대체할 만한 기구는 없다”며 “한·미가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대체 조직을 만든다고 해도 유엔의 틀 밖이기 때문에 중·러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유엔 차원의 공신력 있는 자료들이 축적돼 왔는데 이 활동이 중단됨으로써 대북제재 이행을 유효하게 압박할 수 있는 무대가 사라지게 됐다”며 “미국이 자체 정찰자산으로 제재 위반을 적발할 수 있겠지만 국제기구가 아닌 개별국가의 사안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재 감시망의 해체는 결국 북한의 핵개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 확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노골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대북제재를 형해화할 수 있다”며 “그동안 제재 회피를 위해 썼던 비용도 줄어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김정은의 통치자금 확보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시 공백 최소화를 주문했다.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일종의 ‘의지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만들어 전문가 패널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대북제재 이행 감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한국협회 부회장인 박흥순 선문대 교수도 “패널이 없어졌다고 ‘유감’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제재 이행 상황을 점검할 개별국가들과 뭉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北,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

제재 회피 활로를 연 북한은 이달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에는 한국의 총선을 비롯해 북한의 태양절(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25일) 등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일 동해상으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포-16나형’을 발사하며 이달 첫 무력도발에 나섰다.

특히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이후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이 크다. 우리 군은 지난달 28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준비 중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박경수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도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에 “올해도 여러 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4월 이후 북한의 행보가 더 거칠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선에서 5선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북한을 방문하면 북·러 밀착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면 김정일 집권 시기인 2000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로는 첫 방문이 된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한·미·일 3국의 대북제재 압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미·일이 북한과 파이프를 형성해 대화할 경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 유연성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