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96% “의대정원 줄이거나 현행 유지해야”

‘젊은 의사 동향’ 1581명 조사
尹 ‘합리적 안’ 요구와는 정반대
의대교수들은 ‘감축’은 무리 입장
의료계 ‘통일된 안’ 마련 과제로

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두고 의료계에 ‘타당하고 합리적인 안’을 요구했지만 전공의·의대생들은 ‘의대 증원 감축 혹은 유지’를 압도적으로 희망한다는 정반대 설문 결과를 내놨다.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환자 고통을 감안해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취했는데도 ‘백지화’ 주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반면 의대 교수들은 증원에는 공감하는 입장이어서 의료계 내부에서부터 ‘통일된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2일 브리핑을 열고 ‘젊은 의사 동향 조사’를 공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뤄진 조사에는 전공의와 의대생 등 1581명이 응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는 얼마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는 ‘감축’이라고 답했고, 32%는 ‘유지’를 꼽았다. 응답자 96%가 증원에 반대한 것이다.

‘증원’을 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4명(4%)에 불과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집단행동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이 무엇인가’(복수응답)를 묻는 질문에도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꼽은 응답이 93.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이 82.5%,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73.4%,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71.8%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연일 내놓는 필수·지역 의료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의대 교수들은 ‘정원 감축’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본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증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그동안 규모에 대해 “증원하더라도 2000명은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의대 학장으로 구성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적정 증원 규모를 350명으로 주장하고 있다.

증원 규모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큰 곳은 전의교협이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에서 다양한 숫자가 나오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통일된 안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의대에서 어느 정도 학생을 받아 가르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대학의 장’이기 때문에 의대 교수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의학 교육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각 대학 교원 수 확보 등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가운데 처음 나온 법원의 판단이다.

김유나 박선영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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