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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 여의도로

남진(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회 완전 이전은 국토 균형발전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국가상징 공간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좋은 기회다. 중앙행정은 세종에서, 정치는 서울에서 이뤄지다보니 완전한 행정수도의 기능이 발휘되지 못했다. 중앙행정부처 공무원들은 KTX·SRT 열차, 그리고 국회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쪽짜리 행정수도가 되면서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이 무시 못할 문제가 됐다.

더 큰 문제는 국토 균형발전을 선도할 성장 거점으로 조성된 행정수도가 그 역할을 다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한 새로운 국토 균형발전의 계기(momentum)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이전은 기존의 공공기관 이전이나 분산 배치와는 그 성격, 파급효과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DC, 캐나다 오타와, 호주 캔버라 등 해외 주요 행정수도 사례들을 봐도 중앙행정과 정치의 이원화 사례는 없다.

국회가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게 되면 대략 1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간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의 3도심 중 하나이고 서남권의 거점인 여의도가 국제 금융·핀테크 중심지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다. 서울시의 도시공간 구조를 보면 3도심 중에서 영등포·여의도 도심이 서남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국회의사당 보호를 위해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국회의사당 주변 고도지구’로 인해 서남권의 도시 발전과 공간 혁신은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 금융 중심지로 명실상부하게 거듭나기 위해 서울시는 동여의도 개발과 연계해 여의도공원 일대에 제2 세종문화회관 건립, UAM 버티포트(도심 항공교통 이착륙장) 구축 등 ‘서남권 대개조’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도의 가용 부지나 고도지구 등을 고려하면 그 한계는 분명하다.

국회가 이전하게 되면 10만평에 가까운 가용 부지에 녹지생태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다. 녹지생태 공간 조성과 함께 한강 접근성도 강화된다. 서남권에 새로운 감성 정원 도시공간이 생길 수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을 원형 보존하면서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 워싱턴DC의 내셔널몰과 같은 국가적인 상징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정치의 공간이 녹지생태공원과 함께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하는 서울대도시권의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뉴욕, 런던, 도쿄 대도시권 등 세계 대도시권과의 경쟁에서도 한층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물론 여의도 국회 이전 부지는 국유지로 서울시에서 마음대로 개발할 수 있는 토지는 아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세계도시 서울과 국가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상생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성장시대를 지나 성숙시대에 들어섰다. 성장시대에는 기업이나 일자리를 유치해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형태의 도시공간을 만들었다면 지금부터의 성숙시대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가고 싶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한강과 연계된 생태정원공간, 감성문화공간이 조성돼 주거(Live), 놀이(Play), 일(Work), 문화(Culture)가 융복합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면 도시 공간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세계적 기업이 모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국회 완전 이전으로 국토 균형발전과 서울대도시권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여의도 국제 금융·핀테크 중심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남진(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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