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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울산… 한국 제조업에 미래는 있는가

[책과 길]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양승훈 지음, 부키, 432쪽, 1만9800원

제조업 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두 공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왼쪽)과 현대미포조선소의 모습이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울산 디스토피아’는 한국 최대의 산업도시 울산에 대한 산업적, 사회적 진단이다. ‘제조업 도시, 노동자 도시 울산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가?’를 질문하며 울산에 드리운 쇠락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한 도시의 이야기지만 한국 제조업에 대한 이야기, 생산직 노동자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5년 전 거제와 조선산업, 조선소 노동자 가족 이야기를 담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선보였다.

“산업도시 울산은 노동자 중산층의 도시로 기적을 이루었고, 한국의 산업 수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울산의 미래는 밝지 않다. “울산은 2015년 119만명을 정점으로 8년 동안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도시, 노동자 임금이 가장 높은 도시, 서울·수도권에 너끈히 맞서던 거의 유일한 지방도시 울산의 인구 감소는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울산이 쇠락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울산 공장들의 하청 생산기지화와 울산 생산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 하락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울산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울산이 담당하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산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연구소와 엔지니어링 센터가 대부분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울산은 연구개발 기능을 상실하고 생산기지의 역할만 강화되는 상황이다. 저자는 울산의 대기업들이 공장에서 엔지니어를 분리하고 공장에는 자동화와 로봇을 도입했다며 제조업 혁신이 노동자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숙련을 배제하는 방향으로만 전개됐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또 울산이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생산직이 절대 다수인데, 생산직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젠 어느 누구도 공장에서 정규직이 될 거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원청 정규직을 일컫는 직영 노동자가 울산조선소 안에 5만명이 넘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채 1만명이 안 된다. 현재 조선소 생산직 노동자의 90%가 사내 하청 노동자다.


울산이 제조업 도시, 노동자 도시로서 가졌던 매력은 사라지고 있다. 울산이라는 도시가 상징해온 제조업의 가능성, 지방 산업도시의 가능성, 노동자 중산층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울산을 필두로 한 중화학공업을 영위하는 한국의 산업도시는 시험 경쟁을 통과하지 않고 투기하지 않고도 성실하게 일하면 집을 사고 살림을 일구고 아이를 키우며 제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며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실현했던 장소다.”

지식 기반 경제 시대에 제조업의 쇠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주력 제조업의 어려움을 관광이나 문화 산업 등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조업 도시 울산의 쇠락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제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고용 기여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은 국민총생산(GDP)의 27.1%를 제조업을 통해 벌었는데, 한국보다 GDP 중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는 아일랜드(36.6%)밖에 없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총고용에서 제조업은 25%를 담당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제조업 고용 비중이 더 높은 나라는 독일(27%)이나 이탈리아(26%) 정도다.

한국 최고의 제조업 도시 울산에서조차 제조업이 사양산업으로 치부되고 생산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없다면 한국 제조업과 노동자들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50년간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 산업도시 역시 절망적이게 된다.

그래서 울산은 실패해선 안 된다. 저자는 책에서 울산의 전환 방향을 모색한다. 그것은 탈제조업이 아니다. 제조업의 숙련도와 생산성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제조업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 그리고 울산이 보유한 제조역량에 대한 재평가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와 독일은 노동자 임금이 높아도 제조업에서 강점을 유지한 채 많은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오바마 정부 이래 ‘제조업 재활성화’를 추진하며 제조업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토록 강조하는 기술 혁신 역시 제조업 현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저자는 “피츠버그의 사례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공장을 떠나서’ 혹은 ‘공장을 생각하지 않고’ 문제를 풀려는 시도는 도시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울산 제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산업 두뇌의 상실, 숙련된 노동자의 상실, 노사간 생산성 동맹의 상실 등을 복원해야 한다. “일단 신규 정규직 생산직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여기서 울산의 전환 모델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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