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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은행원의 억대 연봉

한승주 논설위원


국내 시중은행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단순하다. 엄청난 기술력이나 과감한 혁신의 결과가 아니다. 그저 이자 장사다. 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기에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렸다. 이런 예대금리 차이로 수익을 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은행원들은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이고, 두둑한 희망퇴직금을 챙겼다. 19일 주요 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2023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인 평균 급여는 1억1600만원이다. 전년도에 비해 1년 새 2.9%가 늘었다. 금융지주의 연봉은 평균 1억7000만원이고, KB금융지주 전·현직 회장들은 많게는 39억원까지 연봉을 챙겼다.

그런데 은행원이 이 정도 고액 연봉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있고 직업 윤리가 있으며, 은행은 금융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가. 아니다. 최근 문제가 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나 해외부동산 투자를 보자. 은행들은 창구에서 금융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H지수 ELS를 무리하게 팔았다. 투자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 판매를 독려했으니 비윤리적이다. 상당수는 “우리도 여윳돈이 생기면 ELS에 넣고, 한 번도 손해난 적이 없다”는 은행원의 말을 믿었다. 은행원이 상품을 팔아 인센티브를 챙기는 사이 어떤 이의 노후자금은 반토막이 났다.

5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해외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관리 실력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잊을만하면 은행원들의 횡령이나 주식 비리 사건이 터진다. ‘조금 일하고 많이 벌겠다’며 파업도 한다. 외환 위기에 망할 뻔한 은행을 기사회생시킨 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 지원이었다. 그런데도 은행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은행원 억대 연봉에 서민들은 씁쓸하다. ‘영끌’ ‘빚투’에 허덕이는 청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힘들게 벌어서 꼬박꼬박 내는 이자 수익으로 거둔 그들만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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