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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일 값 불안 배경에는 이익집단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국민 과일인 사과 가격이 작년보다 71% 인상됐다. 배도 61% 올랐으며 귤도 78% 올랐다. 필수식품에 가까운 과일 가격의 상승, 이른바 애플플레이션은 서민들의 먹고사는 민생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는 대체 과일 수입 확대나 재정 지원을 통한 가격 할인의 방법으로 가격 안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효과는 크지 않다. 애플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생산비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도록 외국인 노동력 공급 확대와 현행 임금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사과와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른 것은 작년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이 줄어든 데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농산물 생산에는 외국인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데 현행 업종별, 지역별로 차이 없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체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 임금의 차이를 두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가사도우미의 경우 내국인과 차이를 두어 인력 공급을 늘리면서 동시에 생활물가를 안정시키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생활물가를 높여 결국 국가경제를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 이슈다. 정책 당국은 생산성보다 과도한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농업부문의 새로운 임금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해 수입 확대로 가격 안정을 이뤄야 한다. 미국은 필수식품인 바나나를 비롯한 과일, 채소의 경우 수입을 통해 가격이 오르지 못하게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서민 생활 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사과나 배 가격이 오르는 주된 원인은 병충해를 막기 위한 검역 시스템 강화 즉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수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력한 비관세 장벽의 배경에는 이익집단이 있다. 농민단체, 노동단체와 같은 이익집단은 국가나 국민의 이익보다 해당 집단의 이익을 우선한다. 이들은 관료나 정치인을 포획해 자기 집단에 유리한 제도와 법을 만들 수 있도록 로비한다. 한국 사과와 배는 품질과 맛이 우월해서 수입을 허용해도 품질 차별화로 외국산보다 가격이 높아도 경쟁력이 있다. 정책 당국은 이익집단의 로비를 극복해 바나나와 오렌지 같은 대체 과일 수입 확대도 필요하지만, 사과와 배 같은 필수 과일 수입을 허용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 또한 외국의 사례를 봐서 국제 표준에 맞는 검역 기준으로 비관세 장벽을 낮춰야 한다.

생산 농가에 대한 금융 및 재정 지원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작년과 같은 이상기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 온난화와 농촌인구 고령화는 재배 면적을 줄여서 사과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유통단계에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도록 가격할인 등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 가격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품종을 개량하고 생산비용을 낮춰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생산 농가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제 공급망의 변화로 고물가는 새로운 뉴노멀이 되고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이 저물가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 톱니 효과와 같이 한 번 오른 과일과 채소 가격 또한 크게 낮아지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기후변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사과 등 과일 생산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플레이션을 단순히 일시적 이상기후 때문으로 봐서는 안 되는 배경이다. 사과와 채소 등 필수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도 또한 낮아지게 된다. 경제팀은 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의 민생경제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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