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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총선판의 의제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총선이 다음 달인데 진지하고 중요한 의제는 보이지 않는다. 현실성도 없고 효과도 의심스런 의제들이 총선판을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이번 총선을 ‘서울 메가시티’와 ‘의료개혁’으로 뒤흔드는 중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메가시티는 지방 도시들의 생존 전략이자 수도권 분산 전략으로 유용한 개념이다. 서울도 메가시티를 하고 지방도 메가시티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은 배도 부르고 살도 빠지면 좋겠다는 얘기와 같다. 서울도 커지고 지방도 커지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표심을 얻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우리는 합니다”를 외친다. 서울 메가시티는 선거용으로는 너무 매력적이어서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불려 나올 지 모르겠다.

의사 증원을 내건 의료개혁도 순수하게만 봐주기 어렵다. 의사 집단의 조직적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나 치밀한 계획 없이 총선을 앞두고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의사 증원을 바란다는 점에서 의료개혁은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극도로 어려운 갈등 과제를 푸는 데 총선은 적절한 시기가 아닐 수 있다. 선거 때문에 정부도 의사도 물러서기가 어려워진다. 야당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여론도 분산된다.

‘586 청산론’ 역시 그럴듯해 보이는 구호지만 알맹이는 없다. 586을 청산하고 누구에게 정치를 맡기려는가 보자. 586을 대체할 신선하고 믿음직한 정치세력을 세우지 못하면서, 고작 검사들이나 청와대 출신들, ‘친윤’ ‘친명’ 정치인을 밀어 넣으면서 청산하자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말하는 ‘수박 척결’이나 ‘정부 심판론’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간, 몸은 민주당에 있지만 마음은 국힘에 가까운 이른바 ‘수박 정치인’을 솎아내는 일을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청년이나 여성 의원 숫자를 늘리는, 훨씬 더 중요한 정치개혁은 외면한다.

정부 심판론은 언제나 야당의 주된 레퍼토리였고, 이번 총선에서도 핵심 의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난번에 정권을 잡고도, 180석을 갖고도 검찰개혁 등 약속한 일을 해내지 못했다. 왜 실패했는지 반성도, 사과도, 책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또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 그래도 국힘보다는 낫지 않냐고 민주당은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민주당이야말로 최악이라 말하는 국민이 그만큼 있다. 중간에선 두 당이 뭐가 다르냐 묻는다. 반성과 쇄신, 희생이 없는 세력이 말하는 심판론, 심판 이후가 어떻게 다를 것인지가 불분명한 심판론은 선거철 유행가에 불과하다.

조국혁신당이 내건 ‘대통령 탄핵’이란 의제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강하다지만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어떻게 탄핵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혹시 탄핵 집회만 하다 임기를 마치려는 건 아닌지.

‘기후선거’니 ‘기후유권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한국의 2024년 총선에선 기후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 0.7명 붕괴’라는 국가적 위기 사태도 의제로 구성되지 못했다. 청년정치, 여성정치, 녹색정치, 소수자정치 등은 이번에도 싹조차 틔우지 못했다.

진짜 의제는 실종되고 사이비 의제, 철 지난 개발 공약이 총선판을 달구고 있다. 말만 그럴듯한 속 빈 이야기로 시민을 자극할 수 있고 속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사이비들이 표를 노린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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