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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슬기로운 온실가스 감축 생활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제조업 비중 높은 한국
1인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평균보다 최대 85% 많아

각 가정과 이동 시 배출량도
적지 않아 연간 1인당 4t

에너지 효율 ↑, 대중교통 이용 등
개인 ‘행동’이 큰 변화 만든다

몇 년 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니 하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형무소 안의 생활이나 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나게 다룬 드라마들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슬기로운 온실가스 감축 생활은 어떻게 가능할까.

산불, 폭염, 홍수, 가뭄 등 최근에 일어나는 재난들에 대해서 기후위기는 빠짐없이 그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더 이상 미래의 불확실한 위기가 아닌 현재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제로, 탄소중립 등의 어젠다들을 내놓고 있지만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1인당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을까. 또한 개인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배출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8t인 세계 평균보다 최대 85% 많은 1인당 평균 13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는 석유 4t 정도를 태우면 나오는 온실가스양으로 기름 드럼통으로 25통이 넘는 양이다. 하지만 너무 충격받지는 말자. 1인당 평균 배출량은 우리나라의 전체 배출량을 국민 수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실제 배출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는 물론 자동차, 선박, 반도체 중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 특성이 있어서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이는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산업활동에서 기인하는 온실가스 비중을 전부 제외하고 상업활동, 관공서, 농업이나 폐기물 분야에서 배출하는 양을 제외하면 개인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크게 줄어 약 4t 미만이다.

그렇다면 이 4t 중에서 우리는 어떤 부분을 줄여나갈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가정 내부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온실가스는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물론 재생에너지가 많으면 그런 경향은 줄어들 테지만 사용하는 에너지 자체를 줄인다면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가정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는 전기와 가스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1200㎾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고 이는 약 0.6t의 온실가스 배출에 해당한다.

가정에서 전기는 주로 냉난방, 조명, 취사와 가전제품 사용에 필요하다. 가스는 난방과 온수의 중요한 열원이고 취사용으로 사용된다. 한 달에 평균 40~50㎥ 정도의 가스를 사용하면 연간 1.0~1.2t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이 둘을 합쳐서 대략 인당 2t 안팎의 온실가스 배출이 가정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와 가스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자원이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전기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꺼놓는 것을 습관화하거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가스의 경우 보일러 사용을 줄이거나 효율이 좋은 보일러 또는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은 우리가 이동 시 배출하는 온실가스다. 우리는 이동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하고 개인용 승용차를 타기도 한다.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 휘발유와 경유를 태우는 내연기관 차는 평균적으로 1만5000㎞당 약 2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만약 보행이나 버스, 전철, 자전거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이 2t의 온실가스 배출을 온전히 줄일 수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전기차는 아직은 기대만큼 크게 이바지하지는 못한다.

즉 기후변화 극복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정에서 전기와 가스 사용 줄이기와 친환경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들은 필연적으로 개인 편의성의 희생이 동반된다. 물론 슬기로운 탄소감축 생활을 넘어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을 원한다면 대한민국 산업구조를 보다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낼 수도 있고 국민의 대표를 뽑는 4월 총선에서 투표를 통해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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