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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대외환경 변화에 민감한 정당이 살아남는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이를 업으려는 중·인도 각축

미국과 다른 선진국 간
격차는 갈수록 확대
AI 등 파괴적 기술 급속 확산

외부 변화가 경제에 직접 영향
이를 인지해야 선거에서 승리

올해 78개국에서 선거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도와 미국을 포함해 가장 인구가 많은 10개국 중 7개국에서 선거를 치른다. 가히 선거의 해다.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를 확인하는 창이기에 항상 중요했지만, 올해 치러지는 선거는 지난 몇 년간 험난했던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과 그 결과를 평가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고금리로 부채 부담이 급증해 여러 나라 국민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망 단절과 재조정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녹색 전환 등 기술혁명과 이에 따른 국제질서의 변화를 제도적 틀로 수렴하려는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그래서 그 영향은 개개인에게 직접 미치게 된다.

각국의 국내 이슈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한 국가 내 소득 불균형 확대가 지난 수십 년간 공고했던 정치 지각을 깨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민과 난민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우리끼리 잘살자는 국가주의가 세계화를 대체하는 가운데 극단적인 정당들이 대중영합주의적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필자는 지난 2월 말 인도 정부가 주관한 라이지나 대화(Raisina Dialogue)에 참석했다. 전 세계 100개 국가의 정치지도자,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해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이해와 대처 방법, 국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식민지 모국이었던 영국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5위에 오른 인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아프리카연합(AU)을 G20의 고정멤버로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몇 년 내에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규모로 등극할 것이 확실하다. 국력 신장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발판으로 글로벌 사우스(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는 개념)의 확고한 대변자로서 자리매김하려 한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인상적이다.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거대 개도국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는 전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년 인도에 이어 올해 브라질, 내년 남아공으로 이어지는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경제와 금융 질서의 개혁은 단골 소재다.

중국과 인도가 서로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려는 주도권 싸움이 커지고 있는데, 중국은 더 이상 글로벌 사우스가 아니며 인도도 10~20년 지나면 이 그룹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다수 서유럽 국가와 일본의 소득은 미국의 절반 또는 60% 수준에 머물러 있을 정도로 선진국 내에서 국가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슈 제안자(agenda setter)로서 유럽의 권위와 역할이 약해지고, 미국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거대 개도국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다시 선거로 돌아가자. 이제 급변하는 대외환경의 변화는 국내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예컨대 공급망 조정에 따른 기업 부담은 공급 측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무 재조정은 수요 부문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다자간 통상협약의 약화는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행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였던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은 AI와 일자리의 조화 여부, 환경규약과 자유무역질서 사이에 불일치가 커지면서 통상분쟁으로 나타나 당장 우리의 소득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집권을 위해 분투하는 각국의 정당들은 이제 대외환경의 변화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외환경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것이 국민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인지하고 있는 정치집단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정치 권력은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에 불과하다. 만약 이러한 대외 충격 요인을 경시한다면 조각배는 쉽게 침몰할 것이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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