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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R&D 예산 대폭 늘린다는 대통령실, 더는 시행착오 없어야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대통령실이 조만간 혁신선도형 연구개발(R&D) 협의체를 출범하고 내년도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5일 밝혔다.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박상욱 과학기술수석이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부터 정부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 과학기술계가 기대해도 좋을 수준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과 4차산업혁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술 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기초가 될 R&D 예산을 크게 늘리겠다는 대통령실의 확언은 반갑고 다행스럽다.

한편으로는 초유의 R&D 예산 삭감을 강행한 정부가 연초부터 예산 대폭 확대를 다짐한 것에 대해 롤러코스터같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카르텔) R&D 재검토” 발언 후 올해 R&D 예산은 15%(4조6000억원)나 줄었다. R&D 예산은 국난으로 불린 외환위기 때에도 늘었기에 업계의 충격은 컸다. 실제 정부 지원을 받던 기업이나 기관의 연구비 중단, 연구원 해고 등이 속출하는 후폭풍이 일었다. 현장의 반발이 잇따른 직후에 나온 이번 대통령실의 발표는 ‘병 주고 약 주는’ 것처럼 비친 게 사실이다.

박 수석은 이날 R&D 예산 삭감을 ‘투자시스템의 개혁 과정’이었다고 표현했지만 R&D 카르텔만큼이나 모호한 설명이다. 괜한 변명보다 솔직히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게 더 낫다.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인력과 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 외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 한국이 중국과의 과학기술 경쟁에서 처음으로 밀렸다는 최근 정부보고서는 R&D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각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며 AI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선점에 나서는데 정작 한국은 R&D 예산 난맥상으로 뒷걸음쳤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다. 1보 후퇴를 2보 전진의 동력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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