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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보석도 번쩍… 하루 3000만원 낙찰 ‘도깨비경매장’

내복 5000원·휴지 여러개 1만원…
폐업 자영업자들 재고 처리 대부분
22만원 그림 2500만원에 팔리기도

김우현 경매사가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만물도깨비경매장에서 경매에 오른 킥보드에 올라타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용인 처인구에 있는 만물도깨비경매장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상자가 경매대에 오르자 장내가 술렁였다. 경매장을 가득 메운 방문객 70여명은 저마다 손에 지폐를 꼭 쥔 채 경매사의 입과 상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상자 속에는 커피포트부터 간고등어, 대추야자 등 다양한 상품이 담겨 있었다. 경매사가 “단돈 1만원에 모든 상품을 다 주겠다”며 최저 가격을 제시하자마자, 경매에 참여하려는 손 수십 개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 경매장은 박영걸씨 부녀가 운영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중고 물품을 거래하던 박씨는 5년 전 이곳에 경매장을 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었다. 영화를 전공한 박씨의 딸이 경매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때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경매 방식은 이렇다. 우선 ‘갤러리’로 불리는 판매자들이 전국을 돌며 온갖 물품을 수집한 뒤 경매장으로 온다. 이후 해당 물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최종 낙찰가의 90%를 갤러리가 가져간다. 나머지 10%는 박씨 부녀의 손에 쥐어진다.

한 갤러리가 어딘가에서 22만원을 주고 산 한 그림은 경매장에서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아 2500만원에 낙찰됐다. 가족들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재봉틀을 맡겼는데 그 안에서 보석이 나온 적도 있다. 매일 도깨비경매장에서 팔린 경매품의 가격을 더하면 약 3000만원에 달한다. 고가의 골동품이 경매되는 주말에는 총 낙찰가가 최대 6000만원까지 뛴다고 한다.

골동품 경매가 수익은 더 높지만, 박씨가 애정을 갖는 것은 생필품 경매다. 노인들은 5000원을 주고 내복을 사고, 주부들은 여러 개의 두루마리 휴지를 1만원에 낙찰받는다. 김자반은 부모님 손을 잡고 경매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경매에 생필품이 오르는 이유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박씨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년여 전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해당 제품을 매입해 왔다. 딸 박씨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만물도깨비경매장에서 생필품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박씨는 경매 문화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돈이 많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박씨의 경매 철학이다.

일부 손님들은 도깨비경매장을 생계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싼값에 생필품을 산 뒤 웃돈을 주고 되파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이들을 말리지 않는다. 박씨는 “정년퇴직한 이들이 용돈 벌이를 위해 경매장을 찾아오는데 제재할 생각은 없다”며 “도깨비경매장에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도깨비경매장 한쪽에는 어린이를 위한 전용 경매대도 설치될 예정이다. 박씨는 “최근 한 어린이가 자신의 포켓몬 카드를 팔고 싶다고 연락했다”며 “어린이들이 경매의 주체가 되어 거래하는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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