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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암? 오래 방치하면 독한 ‘미분화암’ 될 수도”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난치성 갑상샘암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석모 교수

흔치 않아도 1년 이상 생존율 20%
췌장암·폐암보다도 예후 나빠
갑상샘암 수술 안해도 정기 점검을
진행 빠른 젊은 남성엔 수술 권해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석모 교수가 갑상샘 모형을 보여주며 난치성 갑상샘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0.1%’ 최근 발표된 국내 갑상샘암의 5년 상대 생존율(2017~2021년 기준)이다. 갑상샘암 환자는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보다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그만큼 치료가 잘 되는 암이란 의미이지만, 일각에선 치료가 불필요한 암까지 찾아내는 ‘과잉 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유순한 갑상샘암’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형인 유두암과 여포암에 한정된다.

‘미분화암(세포 분열이 빨라 전이 확률이 높음)’은 전체 갑상샘암의 1% 미만으로 흔치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보통 3개월 안에 사망할 수 있고 치료한 환자의 1년 이상 생존율도 20%밖에 되지 않는다. 췌장암이나 폐암보다도 예후가 나쁘다.

소수이긴 하나 이 같은 난치성 갑상샘암이 증가 추세다.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4일 “미분화암은 가장 흔한 유두암과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면서 “치료가 잘 되는 분화암인 유두암과 여포암을 오래 내버려 둘 경우 최악의 미분화암이 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암제에 높은 저항성을 보이는 미분화 갑상샘암을 잡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김 교수에게 난치성 갑상샘암과 해당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갑상샘암의 종류는.

“유두암이 98%로 대다수이고 여포암 1%, 수질암과 미분화암(역형성암)이 1% 미만을 차지한다. 유두암과 여포암의 5년 생존율은 거의 100%이고, 유두암은 10년 생존율도 95% 이상이다. 위암 대장암 등은 재발하면 대개 치료가 어렵다고 보지만 온순한 갑상샘암 유형은 재발해도 그렇진 않다. 다만 미분화암은 암세포의 성질이 매우 공격적이어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난치성 암은 어떤 경우인가.

“일반적으로 갑상샘 전절제 수술 후 시행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듣지 않는 경우 해당한다. 전체 갑상샘암의 5% 정도인데,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인다. 미분화암은 유두암이나 여포암을 오랜 기간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 중에 10년 전부터 목에 혹(결절)이 있었는데, 크기 변화와 증상이 없어서 그냥 지내다가 한 달 사이 혹이 급격히 커지고 목소리도 변해 찾아와서는 미분화암을 진단받는 사례가 많다. 처음에는 치료가 잘 될 수 있는 분화암이 치료가 힘든 미분화암이 된 경우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진단 당시부터 암세포가 매우 공격적이거나 여러 번의 재발로 암세포의 성질이 변형돼 발생한다. 조직 검사를 통해 분화가 나쁜 암으로 판정되거나 원격 전이·재발한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을 잘 안 한다.”

-발생 나이의 특징은.

“처음부터 공격적인 미분화암 발생 비율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발생 연령이 젊어지고 있다. 미분화암의 평균 연령은 과거 65세였지만 지금은 60세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예전엔 거의 없었던 30·40대에서도 발생한다. 방사선 노출 환경의 증가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과거 벨라루스의 원자력발전소, 광산 등에서 방사선에 노출된 젊은 층에 미분화 갑상샘암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번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았다고 들었다.

“갑상샘암은 국소적으로 발생한 경우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원격 전이가 다발성이거나 수술할 수 없으면 표적 치료제나 면역 항암제를 쓴다. 난치성 암인 경우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 표적 항암제가 잘 듣는다 하더라도 3년 정도 지나면 저항성을 보인다. 최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런 미분화 갑상샘암이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는 원리를 새로 찾아냈다. 암세포는 생존하기 위해 ‘글루타민’이라는 영양분과 에너지를 받는데, 여기에 ‘단일 탄소 대사’라는 새로운 기전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동물실험을 통해 글루타민 분해와 단일 탄소 대사 기전을 억제하는 물질(CBR-5884)을 투여했더니 암세포 균형을 유지하는 활성산소종(ROS)이 무너져 암 사멸이 촉진되고 기존 단일 항암제를 썼을 때보다 항암 효과가 50%가량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를 계속해 미분화 갑상샘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갑상샘암을 ‘거북이 암’이라는데.

“진행 속도가 느린 암이라 지켜보며 대응하자는 견해가 있다. 유두암은 진행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환자에서 초기일 때 지켜보는 것보다는 젊은 남자에서는 진행이 빠른 경우가 많으므로 수술을 바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환자들에게 조언한다면.

“갑상샘암을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 주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이 진행되는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치성 갑상샘암으로 바뀌기 전에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갑상샘암의 생존율이 높고 오래 살더라도 재발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순히 ‘쉬운 암’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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