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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야 잘 가, 행복해” 마지막 날, 눈물 쏟은 시민들

中 귀환 푸바오, 공개 마지막날

영하 날씨에 새벽 3시부터 줄서
“천진난만한 모습에 그간 힘 얻어”
개장 전 관람객 2000명 넘어서

입력 : 2024-03-04 00:05/수정 : 2024-03-04 00:05
푸바오가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강철원, 송영관 사육사가 선물한 대나무 장난감을 안고 누워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 방사장. 한쪽에 노란색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판다 관리를 담당하는 강철원 사육사가 심어둔 것이다.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친선 도모의 상징으로 수컷 판다 ‘러바오’와 암컷 판다 ‘아이바오’를 보내왔다. 강 사육사는 당시 두 판다를 데리러 중국 쓰촨성을 방문했다. 그때 방사장 한편에 유채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봤다. 이후 그는 매년 판다월드에 유채꽃을 심었다. 판다 가족들이 고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 사육사는 지난달 유채꽃을 심었다. 평년보다 한 달 빠른 시기였다. 그는 추운 날씨에도 꽃이 피도록 난방 온도를 높이고 조명도 켰다. 러바오와 아이바오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1호 자이언트 판다인 푸바오와의 이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강 사육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푸바오가 돌아가기 전 유채꽃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푸바오에게 유채꽃 꽃다발을 안겼다.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당근과 유채꽃을 선물하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유채꽃 선물을 주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푸바오가 3일 한국 팬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2020년 7월 20일 태어난 푸바오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다음 달 3일 중국 쓰촨성의 ‘자이언트 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옮겨진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짝짓기를 시작하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2021년 1월 4일 일반인들과 처음 만난 푸바오는 1155일 동안 550만명의 관람객을 만났다.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답게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푸바오를 관리하는 강 사육사에게 ‘강바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푸바오의 인기는 대단했다.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앞에서 관람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에버랜드를 방문했다. ‘오픈런’ 열기도 뜨거웠다. 개장 전부터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버랜드 정문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팬들은 영하 1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접이식 의자에 앉아 담요를 두른 채 새벽부터 개장을 기다렸다.

에버랜드 정기권 구역 첫 번째 줄에서 만난 공민(30)씨는 아내 김새봄(31)씨와 함께 오전 3시50분쯤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공씨 부부 앞에 십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부부의 둘째 아들은 푸바오보다 하루 늦게 태어났다. 김씨는 “푸바오가 저희 아이와 생일이 하루 차이다 보니 괜히 같이 키운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보내려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푸바오가 일반 관람객들을 만나는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실내 방사장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 이 모습을 놓칠새라 팬들이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오전 10시쯤 약 80명의 관람객이 판다월드 방사장에 들어왔다. ‘오픈런’에 성공한 첫 번째 팀이다. 이들은 대나무를 먹는 푸바오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방사장에서 푸바오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 “관람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라는 직원의 말에 관람객들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겼다. 방사장 밖으로 나가는 일부 관람객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오후 12시 안내판에 적힌 판다월드 대기시간은 5시간10분을 가리켰지만, 줄은 쉴 새 없이 길어졌다. 줄 끝에서 만난 장진선(50)씨는 앞서 푸바오를 보고 나왔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 위해 줄을 섰다고 했다. 장씨는 “유튜브에 영상이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올라오는데 직장을 다니고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저에겐 가장 지치고 피곤한 날”이라며 “그때마다 천진난만한 푸바오를 보며 힘을 냈다”고 말했다.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다음 달 중국으로 돌아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마지막 공개에 앞서 강철원(오른쪽) 사육사가 송영관 사육사와 함께 푸바오를 소개하고 있다. 푸바오는 오는 4일부터 중국으로 이동할 준비에 들어간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강 사육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푸바오가 오르던 나무들과 벤치, 푸바오가 타고 다니던 플레이봉, 푸바오를 위해 심어주던 유채꽃밭에서 더는 푸바오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뭉클해졌다”며 “사람들이 첫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푸바오도 저에게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평생 푸바오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푸바오는 앞으로 한 달간 판다월드 내실에서 비공개 상태로 건강 검진과 검역 관리를 받는다. 푸바오는 사육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이송 케이지에 적응하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는 강 사육사가 동행한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공항까지는 무진동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쓰촨성 판다보호기지까지는 전세기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라며 “중국 판다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푸바오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에버랜드가 지난 1월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방사장에서 어미 판다 아이바오와 함께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 후이바오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용인=윤웅 기자

푸바오의 부모인 러바오와 아비바오는 2031년 3월까지 국내에 머무를 수 있다. 임대 계약 기간이 15년이라서다. 하지만 이들의 쌍둥이 자녀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는 푸바오와 마찬가지로 만 4세 전에 중국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용인=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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