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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워도 다시 채권

금리 인하땐 채권 가격 올라 차익
개인 투자자 올들어 7.8兆 순매수

인플레 압력 여전, 매파 기조 유지
이르면 6월 인하설… 불발 우려도


선진국의 통화 정책 방향성에 베팅하는 ‘채권 개미(채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행렬이 거세다. 올해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의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 속에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어서다.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에 수익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인기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며 수익 발생 시점은 미뤄지고 있다.

채권시장 ‘큰 손’ 된 개인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두 달간(1월 2일~2월 29일) 7조8799억원 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6621억원)보다 28.1%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개인이 국내 주식은 2조2174억원어치 순매도(ETF 제외)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채권을 유망하게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이제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해 미리 채권을 사들이고, 추후 금리가 내려갈 때 시세 차익을 얻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채권 투자 ETF도 인기다. 주식 매매처럼 간편하게 미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개인은 올해 들어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 30년국채액티브(H)’에 1290억원 순매수했다.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도 개인이 720억원 순매수했다. 반도체나 코스피 등 증시 인덱스에 투자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와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유독 올해 채권이 인기가 높은 건 지난해 말 제기된 기준금리 조기 인하 전망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뒤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여섯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다만 지난 1월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인 발언을 하고 지난달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돼서다.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지면서 시장 금리가 반등해 채권 개미의 수익률은 현재로선 높지 않으리라고 관측된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ETF ‘ACE 미국 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연초 이후 마이너스(-) 7.2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의 수익률은 -11.29%다.

시점 늦춰졌지만 그래도 ‘연내 인하’

조기 금리 인하 시점은 미뤄졌지만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FOMC 회의 뒤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면 올해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올해 0.25% 포인트씩 모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다.

눈높이를 낮춘 시장은 6월이 돼야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과 5월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는 가능성은 각각 4.0%, 18.6%에 그쳤지만 6월 금리 인하 전망은 63.3%로 집계됐다. 신한투자증권은 “3월 금리 인하 기대는 소멸됐고 연준과 시장의 괴리도 좁혀졌다”며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실질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한두 차례 파고가 예상되나 채권의 상대 매력이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더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PCE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12월(2.6%)보다 상승률이 낮아졌고 시장 예상치에도 들어맞았다. CPI가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지만 PCE가 둔화세를 이어가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PCE는 연준이 통화 정책 과정에서 가장 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월 PCE 발표 이후 “지난 몇 번의 인플레이션 수치를 보면(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까지 거침없는 행진이 아니라 그 과정에 약간의 충격이 있을 것임을 보여줬다”며 “예상하는 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여름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수의견이지만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일부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인다며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 이에 대응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TIGER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는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면서도 커버드콜(기초자산을 사들이는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상승과 하락 폭을 제한하는 전략)을 활용해 매달 1%의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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